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소공동 한국은행 본관 회의실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재경일보 하석수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13개월째 연 2.50%로 동결됐다.
한국은행은 12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행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한은은 작년 5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고서 13개월 연속 동결 결정을 내렸다.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이기는 하지만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부진에 원화 강세까지 겹쳐 금리를 올리기에는 부담스럽고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을 고려할 때 내릴 만한 여건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주열 총재는 이미 지난달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현 경제전망에서는 기준금리 방향이 "인하로 보기 어렵지 않겠는가"라며 경기 회복세에 맞춰 향후 인상될 가능성에 무게를 둔 바 있다.
다만, 지난 5일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0.15%로 내리고 올해 원화 가치는 주요국 중에서 가장 높은 평가 절상률을 기록, 인상 시점은 한참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시장은 이미 동결을 100% 기정사실화했다. 전날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전문가 11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전원이 이달 기준금리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금리결정의 가장 큰 이유로 내수경기 회복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꼽았다.
국내외 경제가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원화 강세로 수출 경기가 주춤할 수 있고, 세월호 참사 이후 소비•투자심리 위축으로 내수도 불안해 금리를 올리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은은 2.50%의 기준금리가 경기부양을 뒷받침하는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7%로 1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지만, 여전히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2.5∼3.5%)를 밑도는 수준이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조건으로 제시한 국내총생산(GDP) 갭도 마이너스를 유지하고 있다. GDP갭은 실질 GDP에서 잠재 GDP를 뺀 값으로, 이 값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한국 경제가 최대한 생산할 수 있는 능력 이하에서 생산활동이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금리를 인하할 정도로 국내 경기가 나쁜 것도 아니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GDP)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성장해 3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4∼5월 경기에 대해 한은은 '2분기 지역경제보고서(골든북)'를 통해 전반적으로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고 평가했다. 세월호 참사로 소비가 타격을 받았지만 생산과 수출은 호조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5월 수출은 선박과 석유제품 등의 해외 판매 증가로 28개월째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하루평균 수출액은 역대 두 번째 수준에 이를 정도로 활기를 띠었다.
이재승 KB투자증권 채권전략팀장은 "세월호 참사로 연간 GDP가 0.1% 정도 내려갈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금리 인하로 대응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경제가 미약하나마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어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도, 인하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라며 "다음 달 수정 경제전망 발표를 앞둔 한은이 금리를 조정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다음 달 한은이 현재 4.0%인 연간 GDP 목표치를 하향 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와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발표 이후 일각에서는 한은이 금리 인하 가능성 등을 열어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전반적으로' 경기 회복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으나, 이번 달에는 '전반적으로'라는 문구를 삭제해 경기판단을 하향했음을 암시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 여파로 소비와 서비스업 분야가 부진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김대형 유진투자증권[001200] 연구원은 "정부와의 정책 공조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한다면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와 한은의 수정 경제전망 발표가 예정된 다음 달 금통위에서 통화정책 운용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