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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도 ‘좀비기업’들이 경제 회복세 ‘발목 잡는다’

유럽 좀비 기업

좀비 기업들이 유럽 경제의 회복세를 좀먹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15일 보도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설립된 지 최소 10년이 경과했고 증시에 상장됐으며 이자비용이 기업의 세전 이익을 초과하는 기업들을 좀비기업으로 정의한다.

좀비 기업의 실상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양모 코트와 카디건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의류 제조·판매회사 스테파넬을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지난 10년간 9차례나 적자를 냈고 6차례나 거래은행들로부터 채무조정을 받았다. 스페인의 자라와 벌인 경쟁에서 속절없이 밀린 데다 2008년에 닥친 경제 침체 때문이었다.

스테파넬은 아직 살아있지만 간신히 버텨 나가고 있을 뿐이다. 남유럽에는 만성 적자와 과도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지만 스테파넬처럼 은행과 주주의 자금 수혈에 의존하는 기업이 수백 개를 헤아린다.

경제전문가들과 중앙은행들은 좀비 기업들이 우량 기업들이 정한 가격을 떨어뜨리고 인위적인 진입 장벽을 구축하며 부실기업의 퇴출, 악성 부채의 정리를 가로막고 있는 것을 큰 문제라고 평가했다.

유럽 경제가 회복 모드에 들어선 현 시점에서 좀비 기업, 이들과 관련된 부채 문제는 남유럽만이 아닌, 유럽 전체의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우려다.

BIS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을 포함한 유로존 6개국의 기업 가운데 약 10%가 좀비기업에 속한다. 이는 2007년의 5.5%를 크게 상회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탈리아와 스페인 양국은 2007년 이후 좀비기업의 비율이 3배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좀비기업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수년간 펼친 공격적인 양적완화가 뜻하지 않게 초래한 부산물이기도 하다. 유로존의 일부 부국에서는 ECB의 양적완화 덕분에 은행들이 부실기업을 살려두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OECD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3년 사이에 이탈리아와 스페인 양국에서는 근 100억 유로의 은행 자본이 적절한 용도에 투자하지 못한 채 부실기업들에 묶여 있었다.

경제전문가들은 지난 수년간 유럽의 생산성이 저하된 것도 좀비기업들을 만들어낸 또 다른 배경으로 보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유럽이 파산법과 파산법원 관련법을 손보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좀비 기업들을 퇴출하고 은행들의 부실 대출을 신속히 정리하며 투자자금을 더 나은 곳에 집중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물론 유럽도 미국의 챕터 11조와 같은 방식의 파산 절차를 도입하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기업 구조조정과 파산 절차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미국에 뒤지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