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은행이 급진적인 금융완화 정책을 마감하고 금리를 인상할 채비를 하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17일 보도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가 취임한 이후 근 5년에 걸쳐 총 4조 달러(약 4천350조 원)를 풀었고 금리를 마이너스권으로 떨어뜨리는 급진적인 실험을 단행했다.
일본은행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정책 변화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부 관계자들로부터 정책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 종전과 다른 점이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내년에는 금융완화 정책을 끝낼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며 한 차례 혹은 그 이상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미 금리를 올리는 쪽으로 깊숙이 발을 내디뎠고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뒤따르고 있다. 다만 일본은행만이 이를 고수하고 있을 뿐이다
만일 일본은행이 예상보다 빨리 긴축에 나선다면 엔화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간신히 회복 기미를 보이는 일본 소비자 심리는 위축될 수 있다.
근원 물가상승률이 아직도 구로다 총재가 목표로 삼은 2% 선에 한참 미달하는 0.8%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일본은행의 국채 매수 규모는 한때 80조 엔에 달했지만 지난 12개월 동안은 60조 엔으로 축소된 상태다. 일면 양적완화 프로그램에서 발을 빼고 있는 모습이다.
구로다 총재는 이에 대해 지난해 9월 매수 규모 대신 10년물 국채의 금리에 집중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며 긴축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던 구로다 총재가 얼마 전 초저금리의 허점을 지적하자 시장은 들끓기 시작했다. 지난 11월초 스위스의 취리히 대학에서 행한 연설에서 저금리가 은행업계의 수익을 해치고 금융완화정책의 효과를 훼손할 리스크를 언급한 것이 기폭제였다.
구로다 총재는 당시 연설에 새로운 내용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나카소 히로시와 마사이 다카코 금융통화위원의 입에서도 금융완화의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시장에서는 구로다 총재의 취리히 연설은 금리 인상을 위한 포석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노무라 증권의 마쓰자와 나가 수석 일본금리 전략가는 내년 4월 임기 만료를 앞둔 구로다 총재가 2기 연임을 위한 길을 닦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은행의 1차 금리 인상이 언제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홍콩법인의 아다르시 시나 아시아 금리·외환 전략가는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일본은행보다 신속하게 긴축 조치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수개월 동안에는 편하게 엔화 캐리 트레이드를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