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의회 통과를 눈앞에 둔 세제개편안의 일부 조항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CNBC와 월 스트리트 저널(WSJ)이 19일 보도했다.
세제개편안은 제조업의 본국 귀환을 촉진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으나 이를 무색케 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일부 다국적 기업들이 해외에 생산시설을 추가하면 오히려 세제상으로 유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법인세율은 35%지만 세제개편안이 시행되면 미국 내 세율이 21%로 줄어들고 기업들이 해외에서 거둔 소득에 대한 세율은 현지 유형 감가상각 자산을 따지게 됨에 따라 이보다 낮아지게 된다.
CNBC에 따르면 해외에서 소득이 발생한 기업들에 소득의 일정 부분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합리적 한도'까지 부여하고 나머지 소득의 절반에 대해서는 모기업에 적용되는 세율로 과세토록 한 규정이 당장 논란의 중심에 올랐다.
정상 수준을 크게 넘은 해외 소득을 가진 기업이 해외의 신설 공장이나 그 밖의 유형 자산에 투자하면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유형 상각자산이 늘어나면서 세율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론상으로 보면 해외의 유형자산이 늘어날수록 해외 소득에 대한 세금은 낮아지는 법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미국에 사업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 훨씬 유리해 섣불리 호불호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조세재단의 에킨스 이코노미스트는 물론 다른 전문가들도 국내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 때문에 해외 공장이나 유형 자산 취득이 급증할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
피터슨 연구소의 게이 허프바워 선임 연구원은 기업들이 세제개혁안을 놓고 오히려 낮아진 법인세율을 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기업들은 해외 유보 소득에 대한 과세의 타격을 감수하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기업들은 현재 35%로 돼 있는 법인세율을 피하는 수단으로 해외에 무려 2조 달러의 유보금을 쌓아두고 있다. 세율이 인하되면 애플과 오라클을 비롯한 IT 대기업들이나 제약회사들은 본국 송금 시 한시적으로 15.5%의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세제개혁안은 해외의 무형 자산도 과세 항목으로 삼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라이선스와 지재권을 본국에 귀속토록 하려는 목적에서 도입된 것이다.
에킨스 이코노미스트는 주정부와 지자체가 매기는 법인세를 포함하면 미국의 전체 법인세율은 25% 정도로, 많은 다른 나라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세제개혁안은 소규모 자영업자 등 이른바 '패스 스루 사업자(pass-through business)'에 대한 과세 규정을 종전보다 다소 간소화했다. 그러나 복잡한 부분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패스 스루는 사업을 운영하되 이를 통해 거둔 이익은 법인이 아닌, 개인 소득세로 신고하는 납세자를 말한다. 주로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이 항목에 포함된다.
세제개혁안은 패스 스루의 과세 대상 소득 가운데 20%를 공제할 수 있도록 했고 그 나머지는 최고 37% 범위내에서 통상적인 세율을 적용키로 했다. 최고세율은 현행 39.6%에서 다소 낮아진 것이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신설된 '적격 부동산' 기준은 밥 코커 상원의원과 같은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유리하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코커 의원은 세제 개혁안 원안에 반대표를 던졌으나 최종안에는 찬성했다.
코커 의원은 최종안에 이 기준이 포함된 것은 자신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케빈 브라운 하원 금융위원장은 패스 스루 사업자들의 자본 투자를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포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