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을 두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간 긴장감이 높아진 가운데 사우디가 미국에 대한 원유 수출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유조선 경로 추적 업체 클리퍼데이터 자료를 인용해 이번 달 사우디가 미국에 실어 보낸 원유가 하루 60만배럴가량으로, 100만배럴을 넘었던 지난 7, 8월보다 크게 줄었다고 17일 보도했다.
지난 9월 시작된 이런 추세가 이어져 공식 무역 통계로 확인되면 사우디의 대미 원유수출량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게 된다.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의 대미 수출량 감소는 미국 원유 재고의 감소와 이에 따른 유가 상승 가능성을 뜻한다.
미국의 원유 재고 규모는 주기적으로 공개된다는 점에서 원유 시장에서 주목받는 가격 결정 요인이다.
지난 15일 미 정부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 재고는 8주 연속 증가했지만, 수개월에 걸친 사우디 수출 감소는 곧 재고 감소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는 지난해에도 원유 공급 과잉과 그에 따른 유가 하락을 막으려 비슷한 전략을 썼다.
맷 스미스 클리퍼데이터 원자재 리서치팀장은 "미국 데이터는 때맞춰 나오고 투명해 사람들이 재고 감소를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사우디가 미국으로 원유 수출을 줄이는 전략이 잘 통했다"며 "유조선 트래킹으로 변화는 더 잘 보이게 됐고 사우디도 그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의 이런 전략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맞서려는 것보다는 유가의 추가 하락을 막으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노골적으로 저유가를 바라는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움직임으로 풀이되고 있다.
사우디가 지난주 유가 부양을 위해 하루 50만배럴 감산 계획을 밝히자마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감산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트윗으로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시장 분석가들은 주요 산유국들이 올해 여름 증산을 결정한 데에는 트럼프의 강력한 대이란 제재 위협이 역할을 했다면서 트럼프가 과잉 공급과 유가 하락을 유도함으로써 결국엔 사우디 등 산유국들을 '속인' 양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