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윤근일 기자] 중국의 대표 통신장비 회사인 화웨이(華爲)의 올해 상반기 매출이 두 자릿수 증가했다.
화웨이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4천540억 위안(약 78조 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3.1% 증가했다고 13일 밤 밝혔다. 순이익률은 9.2%였다.
부문별 매출은 소비자 업무가 2천558억 위안으로 가장 많았다. 이동통신사 업무, 기업 업무는 각각 1천596억 위안, 363억 위안이었다.
다만 화웨이의 매출 증가세는 과거보다 둔화했다.
화웨이의 올해 상반기 매출 증가율은 작년 상반기 매출 증가율 23.2%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아졌다.
화웨이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상반기 스마트폰 출하량을 밝히지는 않았다.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보다 많은 스마트폰을 출하했다면 이런 내용을 빠뜨리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한다.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제재와 각국에서 퇴출 운동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 정부는 세계 최대의 통신장비 회사인 화웨이의 네트워크 장비가 중국공산당에 악용될 수 있다면서 각국이 화웨이를 5G망 구축 사업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앞서 올리버 다우든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체육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5세대(5G) 이동통신망 구축사업에서 중국 화웨이를 배제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사이버방첩국(ANSSI)은 5G 이동통신망에 중국 화웨이 설비 사용을 전면 금지하지는 않겠지만 가급적 사용하지 말 것을 통신사들에게 요구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브라질 정부는 지난 3월 5G 사업자 선정을 위한 국제입찰에 화웨이 참여를 허용하면서도 5G 사업에서 주권 수호와 정보, 데이터 보안이 중요하다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입장은 변수다.
인도는 중국과 국경충돌을 빚은 이후 반중감정이 커지면서 화웨이의 5G 네트워크 구축사업 참여가 무산될 가능성도 커진 상태다.
시장 조사업체 캐널리스의 벤 스탠턴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 통신에 "중국 경제의 놀랄 만한 반등은 화웨이에 위안이 되고 있지만, 화웨이는 미국의 압박 고조 속에서 거대한 도전에 직면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화웨이는 중국 소비자들의 '애국 소비' 열기가 강해지면서 해외 시장 손실을 내수 시장에서 만회하고 있다. 여기에 힘입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시장에 준 충격을 틈타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지난 5월 스마트폰 출하량에서 1위로 올라섰다.
그런데도 화웨이의 숨통을 끊겠다는 미국의 입장은 계속 변수다.
미국 정부는 최근 들어서는 화웨이와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와 협력까지 차단했다. 이로 인해 화웨이의 반도체 부품 수급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화웨이가 올해 내건 최대 사업 목표는 '생존'이다.
쉬즈쥔(徐直軍·에릭 쉬) 순환 회장은 지난 3월 열린 사업보고서 발표회에서 "2020년은 힘을 다해 살아남아야 한다"며 "그래야 내년에 연간 사업보고서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