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매출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내년 기업의 부도 확률이 올해보다 0.2%포인트(p) 가까이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오름폭이다.
한국은행은 24일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이런 내용을 담은 '코로나19 장기화가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은 분기별 재무제표 공시 기업 2천298곳(전체 법인기업의 40.4%, 2019년 매출액 기준)을 대상으로 내년 중 실적이 회복되는 기본 상황(매출액 증가율 5.8%)과 실적 개선이 지연되는 비관적 상황(증가율 -1.7%)을 가정해 각각 영향을 분석했다.
기업 부도 확률을 추정한 결과, 매출이 회복될 경우 부도 확률은 1.38%로 올해(1.41%)보다 소폭 낮아졌다. 하지만 매출이 줄었을 때는 1.59%로, 0.18%포인트 상승했다.
1996년 이후 기업의 전년 대비 부도 확률 상승 폭이 0.2%포인트를 넘은 것은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0.28%포인트) 한 번뿐이다. 매출이 회복하지 않을 경우의 내년 부도 확률 상승 폭이 23년 만에 최대치인 셈이다.
한은 관계자는 "0.18%포인트는 역사적으로 보면 큰 편에 속한다"며 "다만 이런 비관적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부도 확률에 따라 연체율도 올해 0.47%에서 금융 지원 유지 시 0.60∼0.80%, 지원 종료 시 1.05∼1.25%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정됐다. 2007∼2019년 부도 확률과 연체율 상관계수는 0.9로, 부도 확률이 0.1%포인트 오르면 연체율은 0.3%포인트 상승했다.
한은은 정부의 금융 지원이 계속되더라도 비관적 상황에서는 부족해지는 기업 유동성 규모가 올해 1조4천억원에서 내년 4조2천억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기본 상황에서는 부족한 유동성 규모가 6천억원으로 줄었다.
만약 금융 지원이 끝난다면 유동성 부족 규모는 기본 상황에서 4조원, 비관적 상황에서 7조7천억원으로 더 커질 것으로 봤다.
자본잠식기업의 경우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늘어 그 비중이 올해 2.0%에서 내년 2.5(기본)∼2.7%(비관)까지 커질 것으로 추정했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 지원 덕분에 올해는 유동성 위험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지만, 금융 지원이 안 된다면 위험에 처할 기업들이 꽤 될 것"이라며 "신용 위험까지 겹치는 기업은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훨씬 커지므로, 선별적으로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기업 재무건전성을 살펴보면 비관적 상황에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자보상배율 1 미만) 비중은 올해 37.5%에서 39.1%로 커지고, 부채 비율 200% 초과 기업 비중도 올해 12.4%에서 12.6%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상반기 현재 기업들의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과 부채비율은 각각 3.5배와 81.1%로, 외환위기(1.0배, 339.2%)나 금융위기(3.1배, 109.8%) 당시보다는 양호했다.
코로나19 타격이 길어지면 한계를 맞는 자영업 가구도 늘어날 것으로 우려됐다.
한은이 내년 2분기 이후 매출이 회복되는 상황을 기본 시나리오로, 매출 충격이 2021년말까지 이어지는 것을 비관적 시나리오로 가정해 분석한 결과 자영업자 중 적자 가구는 정부의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로 크게 늘어나지 않지만, 유동성 위험 가구와 상환 불능 가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유동성 위험과 상환 불능에 동시에 놓이는 가구의 비중도 0.4%에서 2%대로 커지고, 이들 가구의 경우 이전 상태로 회복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향후 금융지원 연장을 검토할 때 자영업자의 재무상황(유동성 위험·상환불능)을 더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기관의 대출심사 등을 통해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자영업자에 대해 우선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