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확장억제를 강화하기 위해 핵탄두 탑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실은 미국 원자력추진 잠수함이나 항공모함 전단을 영해 인근 공해에 상시 순환 배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대내외 반발을 고려해 기존의 '한반도 비핵화' 방침을 고수하되 확장억제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검토할 수 있는 절충적 선택지라는 점에서다.
이른바 '실질적 핵 공유'로 불리는 이 방안은 궁극적으로 미국 측이 역내 안보전략 차원에서 판단하고 결정할 문제로, 현재 한미 양국 간 물밑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문답에서 핵 공유와 관련, "국내와 미국 조야에서 확장억제와 관련된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기 때문에 그걸 잘 경청하고,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꼼꼼히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틀전 출근길 문답에서 "우리나라와 미국 조야의 여러 의견을 잘 경청하고 따져보고 있다"고 언급한 것과 비교할 때 '가능성'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한발 더 나아간 발언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핵무력 정책 법제화와 잇단 도발로 핵 협상의 새판짜기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판단,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검토해왔다.
다만, 새 정부 출범 후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내기 위한 '담대한 구상'을 제시한 상황에서 뒤늦게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핵무장을 추진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30년 넘게 대북 정책의 근간이 돼온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사실상 파기하는 데 따른 외교적 파장도 함께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미국과의 핵 공유에 의견을 같이 하고, 핵탄두 탑재 전략자산의 상시 순환 배치가 가능하다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최선의 카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학계에서는 이밖에 미국의 핵탄두 SLBM을 한국 잠수함에 공유받는 방안, 미국의 핵탄두를 한국 SLBM과 잠수함에 공유받는 방안 등 SLBM과 잠수함을 활용한 핵 공유 아이디어가 제시되기도 한다.
미국의 핵잠수함 등 전략자산을 활용하는 확장억제 강화 방안은 윤석열 정부 초반부터 유력한 카드로 거론돼 왔다.
앞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7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적시에 핵 잠수함 등 전력들이 한반도에 전개될 수 있도록 미국 측과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전략폭격기의 국내 주둔 방안도 거론하지만, 이는 별도의 운용병력을 배치해야 한다는 점에서 미군측 동의를 얻기 어렵지 않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미측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