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강행하는 '방송 4법'을 국민의힘이 저지하기 위한 국회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가 27일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전날 방송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 직후 시작된 두 번째 필리버스터는 이날 오전 11시 30분 현재 17시간째 진행 중이다.
앞서 국민의힘이 지난 25일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방통위법) 개정안에 대해 나선 첫 번째 필리버스터는 24시간 7분 만에 야당에 의해 강제 종료됐다.
이후 방통위법 개정안은 야당 단독 표결로 본회의를 통과됐고, 이어 방송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방송법 개정안은 공영방송 KBS의 이사를 현행 11명에서 21명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방송 학회와 관련 직능단체에 부여하는 내용이 골자다.
방송법 관련 국민의힘 필리버스터 첫 번째 주자로 나선 신동욱 의원은 이사 추천권 대상을 시청자 위원회 등 외부 인사로 확대하는 것을 두고 "그들끼리의 나눠먹기 야합"이라며 "그 주변에서 먹이사슬을 가진 분들이 무슨 직원 수 3천500명인 KBS 사장을 뽑나"라고 비판했다.
또 신 의원은 "대한민국 방송에서 사장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뽑느냐는 굉장히 지엽적인 문제"라며 "이런 식으로 군사작전 하듯 밀어붙여 법안 하나 통과시켜 원하는 사장으로 바꾼다고 해서 공영방송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정연욱 의원도 이사 추천권 확대를 두고 "관리·감독 대상이 되는 방송계가 관리·감독자를 선발하게 되는 것"이라며 "그들만의 리그"라고 지적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이훈기 의원은 "이사진 21명 중 (방송) 종사자는 6명일 뿐"이라며 "나머지는 각 분야에서 대표성 가진 분들"이라고 여당의 이사진 '편향성' 비판을 반박했다.
이 의원은 또 "방송법 논의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비난만 했지 단 한 번도 대안을 제시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진보당 진종덕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 탄압과 장악 시도로 국민들은 TV 뉴스를 꺼버렸고 유튜브 등 인터넷 방송으로 눈을 돌렸다"며 "공영방송이 언론 독립 가치를 회복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22대 국회가 방송 3법을 통과시켜 정치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오후 6시15분께 시작된 방송법 필리버스터는 이날 자정께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표결을 거쳐 강제 종료될 예정이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24시간이 지나면 표결을 통한 강제 종료가 가능한데, 민주당은 전당대회 지방 일정을 고려해 오후 11시30분 본회의장 집결을 계획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후 방송 4법 중 남은 2개 법안(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도 순차적으로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할 예정이다.
국민의힘도 이에 맞서 필리버스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민주당의 무한궤도에, 국민의힘은 무한토론, 무제한토론으로 맞서고 있다"며 "정부에게도 무단횡단식으로 처리된 법은 꼭 거부해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