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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시장에 바이오 갑부가 탄생했다.
지난 10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씨젠 (31,550원 4100 14.9%)의 천종윤 대표(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천 대표가 2000년 회사 설립 당시 액면가 500원에 받았던 주식은 10일 종가 기준 3만1550원으로 10년 만에 주식의 가치가 63.1배가 됐다. 이에 따라 이 회사 주식 32.69%(208만572주)를 보유하고 있는 천 대표의 지분 평가액은 656억원 상당에 달하고 있다. 천 대표와 특수 관계인인 친인척들이 보유한 주식(388만5472주, 61%)을 모두 평가하면 이들 천대표 친인척의 지분평가액은 무려 1225억8664만원 상당에 이른다. 다만 이 주식은 1년간 보호예수된다.
건국대 농대를 졸업, 미국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한 천 대표는 이화여대 생물과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2000년 9월 유전자 진단제품 연구를 본격화하면서 씨젠을 설립했다. 그는 "분자진단은 스위스 로슈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20~30년 전의 기술을 쓰고 있었다"며 "연구 당시 기존 기술이 아닌 새 기술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낸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 2006년 분자진단 사업에 진출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주력으로 하고 있는 분자진단사업은 DNA와 RNA 등 유전자를 분석해 질병 여부를 진단하는 것. 분자진단은 항원·항체 반응을 이용하는 기존 면역진단법에 비해 빠르고 정확하다. 그는 회사 창립 이후 오로지 분자진단만을 연구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외부와 연락도 끊고 연구에 몰입했다. 회사의 자본금을 까먹는 상황에 직면해도 연구개발 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천 대표는 "분자진단 분야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며 "최고의 기술을 갖추면 성공할 것이라는 목표가 확실했기 때문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씨젠은 'DPO(Dual Priming Oligonucleotide: 이중 특이성부여 유전자 증폭기술)'기술을 이용한 호흡기 질환 및 성감염증 원인균 진단 제품을 개발하면서 성공신화의 대열에 동참하게 된다.
씨젠이 간편하고 경제적인 분자진단 시약을 내놓자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회사의 거래처가 국내 60여개 종합병원 및 해외 50개 국가로 늘면서 매출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2007년 18억원의 매출을 시작으로, 2008년에는 42억원, 2009년에는 131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연평균 170%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수출 비중도 2007년 29.8% 였으나, 2008년 46.5%, 2009년에는 55.0%를 달성하며 마침내 수출이 내수 비중을 넘어서게 됐다. 2010년 상반기는 111.6억원 매출에 수출 비중이 60%에 이르는 성과를 달성했다. 올해 매출 300억원 달성도 무난하다. 이것은 씨젠이 지속적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선 결과다. 동시에 씨젠의 기술력이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기에 가능했다.
천 대표는 "기존의 글로벌 기업들이 보유한 기술이 '아날로그'였다면, 씨젠의 동시다중 기술은 '디지털'이었다는 점"을 성공요인으로 꼽으며, "분자진단은 전기·전자·기계·반도체·IT기술이 동시에 요구되는 융복합 기술산업이라, 여러 바이오산업 영역 가운데에서도 국가 경쟁력 확보에 가장 적합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천 대표는 "씨젠의 분자 진단 사업은 신약 개발에 비해 개발 기간이 짧고 개발 비용이 매우 낮기 때문에 사업성과 역시 빠르다."며 "씨젠이 국내에서 분자진단을 표방하는 여타 바이오기업과 다른 점은, 동시다중 검사라는 독자적인 기술기반을 구축한 것이며 이 기술력이 세계적으로 크게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씨젠은 미국 바이오레퍼런스(나스닥)라는 대형검사센터와 독점공급계약을 체결해 올해 상반기 307만 달러 상당을 공급했다. 바이오레퍼런스사는 현재 미국 14개주에서 씨젠의 성인성질환 맞춤형 검사 제품을 이용하여 성황리에 수탁 검사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씨젠은 이밖에도 결핵, 패혈증, 뇌수막염, 자궁경부암 등 진단제품도 개발해 냈다.
씨젠은 이번 코스닥 상장을 통해 200억원 정도의 일반공모자금을 받는다. 로슈가 독점하다시피 한 실시간 진단시스템에 본격 진출한다고 한다. 분자진단 시장의 45%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시장 진출을 우해 공모자금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기준에 맞는 생산시설도 갖출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