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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우정사업본부, 민영화돼야 정신차리나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지식경제부 산하의 우정사업본부가 벌인 행태가 한마디로 '가관'이다. 적자를 가리려고 분식회계를 하고, 매출 증대를 위해 택배분야에서 원가이하로 덤핑 수주하고, 예금을 늘리려고 대출금리보다 높은 수신금리를 지급했다.

감사원 조사결과 우정사업본부는 2007년 예금사업에서만 114억원의 적자가 났지만, 보유중인 주식을 팔아 오히려 1077억원의 흑자를 냈다고 꾸몄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절차를 어기면서까지 원가이하로 택배수수료를 감액하고, 민간택배사가 접수한 물량을 평균 49.2% 할인된 요금으로 인수했다. 결국 매출이 늘수록 적자폭이 커지는 등 2008년 이후 3년간 택배부분에서 2874억원의 누적손실을 냈다.

금융사업에서는 외형확대에만 치중, 2010년 타 금융기관의 고액예금 4조9762억원을 유치해 이를 수익률이 낮은 단기상품에 운용함으로써 858억원 상당의 역마진을 초래했다.

뿐만 아니라 우체국 직원이 금융실명법을 위반해 사망자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는 등 2007년 이후 모두 110개의 차명계좌를 개설했다. 특히 대출을 취급할 수 없음에도 불구,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한 회사에 400억원을 우회 대출해주기까지 했다.

우정사업본부 임직원들이 이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인 것은 성과급을 챙기려는 욕심 때문이었다. 감사원은 이들이 영업이익 등 재무성과를 고려하지 않고 매출액이 증가하면 성과급이 지급되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자산규모 64조원의 국내 6위 예금금융회사이며, 보험분야에서는 자산규모 33조원으로 국내 5위 생명보험 사업자다. 택배와 국제특송등을 포함한 우편물 부분의 매출액은 2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러한 거대 공공기관이 비리를 저지르고, 세금지원을 바탕으로 부당영업을 하며 시장을 교란하고, 국민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안긴 것이다.

또한 민간기업이라면 상상하기 힘든 이런 비리를 저질렀음에도 수년간 내부에서조차 적발되지 않았고, 우정사업본부장은 공소시효 2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주의촉구를 받는데 그쳤다. 공공부분의 운영이 얼마나 부실한 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공공부문은 감독을 강화하더라도 방만경영과 비리 등의 근원적 문제가 시정되지 않는다는 지적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와 함께, 공공부문의 비리를 막고 국민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방법 중 하나로 민영화가 늘 거론된다.

우정사업본부는 지금이라도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쇄신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민영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