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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간어제초(間於齊楚)

기원전 6세기 경 춘추시대에 등나라가 제나라와 초나라 사이에 끼어 괴로움을 겪었다고 해 간어제초(間於齊楚)라는 말이 생겼다. 속담으로 표현해보자면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오래된 격언이지만 급박하게 돌아가는 건설시장에 이보다 딱 들어맞는 말은 없을 듯하다.

지난 25일 건설시장의 숨통을 옥죄던 구조조정 명단이 발표됐다. 악성미분양사태와 자금난으로 경영난을 겪어오던 중견기업들이 대거 포함되며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가 걱정해야할 것은 이번 구조조정 발표로 후폭풍에 휩싸이게 될 수많은 하도급 업체들이다. 건설시장의 중간허리에 위치해 그동안 국내시장을 튼튼하게 지탱해왔던 하도급업체들이 줄줄이 쓰러질 위기에 처하며 건설시장 재편에 따른 선의의 피해자들이 양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도급 업체들은 건설사 한 곳당 수백 개에 달하고 한 업체당 공사대금은 평균 수 억 ~ 수십억 원에 이르지만 원청 업체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공사대금을 언제 받을 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또 하도급 업체들은 신용도가 낮아 어음 발행이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현금으로 비용을 지급한다.

하지만 구조조정 대상 업체로 선정된 대형건설사는 채권단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기까지 통상 3~6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하도급 업체는 이 기간 동안 꼼짝없이 자금이 묶이게 되는 셈이다. 그야말로 수백 개의 업체가 줄줄이 쓰러질 수도 있다.

부실한 종합건설사의 구조조정은 반드시 필요한 절차다. 하지만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협력업체들의 연쇄부도를 막을 수 있는 후속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면 그것은 새우만의 문제가 아니라 건설시장 전체의 위기를 불러일으키는 단초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글ㅣ산업부 임해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