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2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다. 빅스텝(0.50%p)은 피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영에도 다소 여유가 생겼다.
그러나 다음 달 한은이 연준을 따라 기준금리를 올리지는 않더라도, 물가나 환율, 외국인 자금 유출 상황에 따라 한 차례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5월 한 차례 0.25%포인트(p) 더 오르면 두 나라의 금리 격차는 1.75%까지 벌어지고, 원/달러 환율과 수입 물가 상승 압력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이날 기준금리에 대해 빅스텝 전망이 우세했으나 실리콘밸리은행(SVB) 등의 파산 사태로 금융 불안이 계속되자 시장에서 예상한 대로 연준이 베이비스텝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성명을 통해 기준 금리를 현재보다 0.25%포인트 높은 4.75~5.00%로 올렸다.
이날 공개된 새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의 올해 금리 전망치도 5.00~5.25%(중간값 5.1%) 수준으로, 지난해 12월 점도표와 비교해 큰 변화가 없었다.
현재 기준금리(4.75∼5.00%)를 고려할 때 연내 한 차례 정도 베이비스텝만 남아 있다는 의미다.
연준이 당초 빅 스텝 우려와 달리 2월에 이어 이달에도 베이비스텝만 밟고 '더 높고 빠른' 인상도 예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은으로서는 미국 긴축 속도와 관련된 부담을 다소 덜게 됐다.
따라서 4월에도 2월과 마찬가지로 기준금리를 현 수준(3.50%)에서 한 번 더 동결하고 물가나 경기 상황을 지켜볼 여유가 생겼다.

그러나 미국 연준의 통화 긴축 기조가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은은 한미 간에 기준금리 격차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이날 연준의 베이비스텝으로 한국(3.50%)과 미국(4.75∼5.00%)의 기준금리 격차는 1.25∼1.50%포인트로 벌어졌다. 1.50%포인트는 2000년 10월 1.50%포인트 이후 가장 큰 금리 역전 폭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여러 차례 "한미 금리차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강조해왔지만 커지는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과 외국인 자금 유출 압력을 무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다시 1,300원 선을 넘어선 환율이 금리 격차 등의 영향으로 더 뛸 경우, 한은도 추가 금리 인상을 심각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원화가 절하(가치 하락)될수록 같은 수입 제품의 원화 환산 가격은 높아지는 만큼, 힘겹게 정점을 지난 물가에 다시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