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WBC> 쿠바의 몰락..준결승 진출 실패

아마추어 야구 최강 쿠바가 프로선수들의 독무대인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강에도 오르지 못하고 탈락했다.

쿠바는 1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WBC 2라운드 패자부활전에서 일본에 0-5로 패해 쓸쓸히 짐을 쌌다.

 

1라운드에서 멕시코,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차례로 꺾고 B조 1위로 2라운드에 진출한 쿠바는 그러나 일본과 첫 경기에서 0-6으로 패자전에 밀렸고 멕시코를 따돌리고 패자부활전에 올랐지만 '우리 앞길을 막는 유일한 나라'라던 일본에 또 덜미가 잡혀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티켓을 내주고 말았다.

 

'결승에서 또 일본과 격돌했으면 좋겠다'던 '야구광'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바람도 무산됐다.

 

3년 전 1회 대회 결승에서 일본에 6-10으로 무릎을 꿇는 등 일본에 유독 약한 쿠바는 이로써 1951년 이후 58년간 이어오던 국제대회 연속 결승 진출이라는 대기록도 '40'에서 마감했다.

 

쿠바는 1951년 국제야구연맹(IBAF)이 주관하는 월드컵에서 3위를 그친 이후 58년 동안 월드컵과 대륙간컵(1979년 창설), 하계올림픽, WBC 등 굵직한 국제대회에서 모두 결승에 올랐고 33차례 우승, 7차례 준우승을 차지했다.

 

중남미 특유의 유연한 몸과 엄청난 파워를 앞세워 아마추어에서 지존으로 군림했으나 각국 프로선수들의 참가가 본격화한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후 쿠바는 고전했고 결국 4강에도 오르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몰락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꼽힌다. 프로로 이뤄진 한국과 일본의 현미경 분석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탓이 크다.

 

멕시코 등 치밀한 분석보다는 선수 개개인의 기량과 본능에 맡기는 중남미 스타일의 국가와 대결에서는 여전히 힘으로 상대를 제압했지만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한국과 일본의 대응에 여전히 큰 스윙으로 일관, 공갈포라는 인상만 남기고 말았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 예선과 결승에서 한국에 두 번이나 패했고 이번 WBC에서도 일본에 두 번 모두 영패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감독의 역량 부족도 한몫했다. 이기니오 벨레스 감독은 17일 멕시코와 패자전에 노르헤 베라, 페드로 라소 등 두 에이스를 잇달아 투입해 승리했지만 모두 제한 투구수를 넘겨 이날 꼭 이겨야 했던 일본전에 기용하지도 못했다.

 

벨레스 감독은 "통역의 잘못으로 투구수 제한 규정을 잘 몰랐다"며 조직위원회에 원망의 눈길을 보냈으나 WBC는 3년 전 창설 때부터 투구수에 제한을 뒀고 1라운드에서도 똑같은 규정이 적용됐다는 점에서 이는 감독의 어설픈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타선은 오랜 기간 공포를 안겨준 '붉은 쿠바'의 명맥을 유지했지만 압도적인 투수가 없었고 결국 투타 불균형으로 프로의 벽 앞에 주저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