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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더 이상 미룰 수 없는 9호선 개통

서울 강남지역을 관통하는 서울지하철 9호선(개화~신논현역,25.5km)이 두 차례 연기되면서 수혜를 기대했던 시민들과 입점업체 및 주변 상인들이 물질적 정신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9호선 개통 연기는 서울시가 당초 9월로 예정됐던 개통일정을 시행사인 서울시메트로9호선(주)와 운영사인 서울9호선운영(주)의 협의 없이 5월31일로 앞당기면서 시작됐다. 앞당긴 개통일에 맞춰 서울시는 시민 5,600명을 초청해 5월8일부터 22일까지 시승행사를 가졌으나 28일 신호기 오작동 등 기술적인 결함을 이유로 개통을 지난달 12일로 연기했다. 그런데, 이번엔 재개통을 이틀 앞두고 서울시는 운임징수시스템(AFC)에 장애가 발생해 7월 말로 연기한다고 황급히 발표했다.
 
서울시는 만약 그대로 개통할 경우 부정확한 요금부과나 타 운영기관 정산센터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부득이 연기하게 됐다고 밝혔지만 개통이 두 번씩이나 미뤄지고 이제는 정확한 일정마저 정하지 못하는 모습은 졸속행정이란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이는 민자유치로 지하철을 건설하면서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관리조정능력의 부족을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9호선 개통 지연으로 가장 큰 피해자는 시민이지만 금전적으로 가장 많은 손해를 보고 있는 곳은 GS리테일과 보광훼미리마트, LG생활건강이며 이들과 계약한 중소 상인들도 동반 손해를 보고 있다. 또 개통일에 맞춰 이벤트를 준비했던 역세권 상인들도 울상이다.
 
GS리테일은 5년간 25개 역사에 있는 100여개의 상가 관리와 운영을 맡아 이미 모든 계약이 끝났고, GS리테일과 계약한 기업과 상가임차인들은 직원채용, 상품 진열 등 개점 준비를 끝마쳤으나 한 달여간 손해를 감수하며 기다려야만 했다. 9호선에 단독 출점하는 편의점 훼미리마트도 개점 준비는 다 마친 상태에서 9호선 개통일까지 기다려야 하는 신세가 됐다.

또 9호선 역사에 화장품 매장을 열 LG생활건강은 21곳에 화장품 브랜드숍 '뷰티플렉스'를 열 계획이었지만 9호선 개통 연기로 관련 업무가 전면 중단됐다. 당산역 주변에 70여석의 음식점을 낸 김모 씨도 9호선 개통 연장소식에 불만을 표시했다. 개통일에 맞춰 9호선 마케팅을 계획했던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디자인은 완료하고 인쇄만 남겨놓은 전단지, DM 제작 작업을 급히 중단한 상태다.
 
지하철 9호선은 전체 사업비 3조5천억원 중 5천5백억원의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개통하는 만큼 서울시와 민자사업자가 시스템의 사전점검을 철저히 시행했어야 함에도 개통일을 불과 닷새 앞 둔 시점에서 AFC시스템의 현장점검을 겨우 3일간 실시하고 급히 개통을 연기한 것은 무성의하고 심각한 과실이었다.
 
지하철9호선 운임징수시스템 설치에 참여한 포스데이타가 이 분야에 실적이 많지 않기 때문에 서울시는 감리를 철저히 했어야 함에도 감리자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전문성 부족, 형식적 감리 등도 장애발생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민간사업자의 무책임하고 불성실한 사업태도에도 문제가 있긴 하지만 전체를 총괄한 의무가 있는 서울시의 책임이 더 무겁다. 이제는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이미 두 번이나 어긴 시민과의 약속을 철저한 점검과 준비로 반드시 지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