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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현대차와 경쟁 시작돼

경기호황을 입증하듯 5대 자동차업체의 4월 내수판매실적이 늘었으나 현대차와 기아차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의 신형 쏘나타(YF), 그랜저와 기아의 K5, K7간에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 같은 기업의 다른 제품이 서로 경쟁해 판매를 감소시키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지난 3일 현대·기아차 4월 실적발표에 따라 쏘나타YF와 K5의 판매실적을 비교해보면  4월 신형 쏘나타(YF)의 내수 판매는 1만1천138대로 전월인 3월에 비해 23.6%나 줄었다.

현대차의 전체 승용차 내수 판매 실적이 전월에 비해 14.4% 떨어진 데 비하면 감소 폭이 훨씬 더 크다.

더욱이 신형 쏘나타는 지난해 9월 출시 초기부터 돌풍을 일으키며 현대차의 내수 판매 실적을 견인해왔고, 올해 들어서도 지난 1~3월 월별로 각각 1만3천928대, 1만2천217대, 1만4천575대가 판매되는 등 인기를 지속해왔기에 상대적으로 최근의 실적 감소가 두드러진다.

이처럼 신형 쏘나타의 판매가 주춤해진 데 대해 업계에서는 기아차의 K5가 영향을 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같은 중형급인 K5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중형 세단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쏘나타가 아닌 K5로 이동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K5는 지난달 1일(현지 시간) 뉴욕모터쇼에서 세계 처음으로 공개되면서 해외에서 먼저 호평을 받았고, 이때 공개된 이미지와 편의사양 등이 국내에도 전해지면서 관심을 모았다.

K5의 판매는 지난달 5일부터 시작돼 이달 3일까지의 사전 예약판매에서만 총 9천대가 사전 예약돼 신형 쏘나타의 실적에 근접하고 있다.

K5의 주력 모델인 2.0ℓ 가솔린 모델이 쏘나타 2.0과 똑같은 쎄타Ⅱ MPi 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 165마력, 최대토크 20.2 kg.m의 동등한 주행성능을 내고, 가격은 2천145만원부터 시작해 동급인 쏘나타(2천162만원)보다 오히려 20만원 저렴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K5의 객관적인 경쟁력은 쏘나타를 넘어선다.

특히 그간 열세였던 기아차가 최근 약진하면서 지난달 쏘렌토R, K7, 모닝, 프라이드 등 4개 차종이 현대차를 제치고 해당 차급에서 판매 1위를 차지하는 등 현대차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K5 역시 쏘나타가 수성하고 있던 국내 중형 세단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킬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K7의 판매실적도 준대형차시장서 그랜저를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7은 5,033대에서 3,856대로 줄었으나 그랜저보다는 많이 팔렸고, 그랜저는 3월 3711대에서 3221로 13.2%가 줄었다.

현대 그랜저의 아성이 굳어지던 구도가 기아 K7의 등장으로 치열한 양상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올해 말 신형 그랜저(HG)가 등장하면 또다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자기잠식에 대한 우려는 현대·기아자동차 정몽구 회장의 22일 지시사항을 들어봐도 엿볼 수 있다.

정 회장은 "내년에 출시할 기아차 초대형세단은 에쿠스와 전혀 다른 느낌으로 가야한다"며 "에쿠스가 중후하고 무게감 있는 이미지라면 기아차는 고급스러우면서도 역동적인 방향으로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기아차는 오피러스 후속(CH)모델의 컨셉을 '다이내믹 럭셔리'로 잡고 디자인부터 다시 시작할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상관없지만 한정된 내수 시장에서는 현대·기아차간의 간섭효과가 이미 발생하고 있다"면서 "파워트레인(엔진 및 변속기)은 공유할 수밖에 없는 만큼 최대한 디자인과 브랜드 정체성을 구분하려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