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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을 찾는 이들은 다양하다. 일찍 나가는 통에 아침을 거른 직장인, 아기의 손을 잡고 온 엄마, 재잘거리며 들어오는 학생들, 달콤한 빵과 커피 내음새를 쫒아 참새가 방앗간을 찾듯이 저절로 발걸음을 향하는 단골 고객, 오랫만에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는 친구들, 나들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 가족, 때로는 상기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며 미팅을 하는 이도 보인다.
이렇게 빵집은 사람들에게 달콤한 맛과 함께 '행복'을 전달한다. 빵집의 하루는 졸음을 툴툴 털어내고 행복을 전달하는 사명감으로 새벽부터 활기차다.
"윙윙, 퉁퉁, 덜컥, 달그락……." 매일 아침 6시부터 시작되는 제빵사들의 부지런한 손놀림은 새벽의 적막을 깨운다.
"쓱쓱, 찍~, 부스럭……." 매장을 청소하고 빵을 담아내고 정리정돈 하는, 오늘은 어떤 이들이 찾아올까라는 생각에 행복한 뚜쥬루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다.
1992년 5월 서울 용답동에서 시작, 1998년 천안 성정동에 천안점을 연 뚜쥬루 과자점은 창업 이후 지금까지 변함없이 손으로 직접 밀가루를 빚음으로 새벽을 맞이하고 있다. 프랑스어로 '언제나·항상·영원히'라는 뜻의 '뚜쥬루(Toujours)'는 이러한 마음을 담고 있다. 고객에게 최고의 먹거리를 제공하겠다는 변함없는 마음을 빵에 담은 것이다.
본지는 천안 제일의 제과점으로 유명한 뚜쥬루 과자점을 찾아, 고객들이 하나를 먹어도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빵&케이크를 제공하는 '대한민국 대표 명품 베이커리를 만들겠다'는 윤석호 사장에게 뚜쥬루 과자점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
윤석호 사장은 대우에서 근무하던 중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처남(현 이용구 부사장)을 보며 '아 이건 내가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직장을 그만두고 빵집에 뛰어들었다.
벌써 17년 전 일이다. 주위 사람들은 멀쩡한 직장을 그만두고, 게다가 IMF 전이라 정리해고의 위험도 없는 안정된 직장을 때려치우는 그에게 만류가 컸다고.
그러나 그의 확고함은 뚜쥬루 과자점을 시작하던 때부터 흔들림이 없었다.
"대우건설에 있으며 해외에 가는 일이 잦았습니다. 특히 일본의 투철한 장인정신이 부러웠지요. 이에 한국에서 제일가는 베이커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천안에 과자점을 열어야 겠다 생각하고 서울 용답동에 문을 열었습니다. 신선한 빵과 맛이 입소문이 나 많은 돈은 벌었지요. 당시 벌었던 돈이 천안 본점을 건립하는 씨드머니가 됐으니까요"
그런데 왜 그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던 서울을 벗어나 연고지도 없는 천안으로 갔을까?
돈 버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그는 서울을 벗어나지 않았을 거란다. 돈만 생각하면 '뚜쥬루' 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투자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대우 근무시절 일본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었는데, 일본의 제빵 기술과 정신은 본 받을 만한 것이 많습니다. 1998년 열었던 천안 본점에 대해 업계는 의아해 했었습니다. 당시 제과점은 역전이나 아파트 입구가 많았는데, 그때는 차를 가지고 주차를 해야 하는 곳으로 사람이 오가던 곳이 아니었거든요"
한국적 사고방식을 뛰어넘어선 선견지명과 과감한 투자가 지금 뚜쥬루 제과점의 성공 비결이 된 셈이다.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제과점 확장으로 이해타산이 맞지 않아 사라져가고 있는 소점포 제과점에게 커피숍·빵 만드는 곳 등의 시설을 갖춘 3층 건물의 뚜쥬루 과자점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극제가 됐을 뿐더러, 천안을 대표하는 명물이 된 것이다.
물론 뚜쥬루 제과점 성공의 가장 큰 원인은 '신선도 유지의 빵 맛'이다. 기술자 출신인 이용구 부사장은 기능장을 영입해 맛있고 새로운 빵 출시와 신선도 유지에 힘을 기울였다. 현재 노동부 인증의 대한민국 제과 기능장의 집으로 등록된 뚜쥬루 과자점은 박용주 기능장을 중심으로 동경제과전문학교와 일본과자전문학교를 수료한 이들이 여럿이다. 뚜쥬루 제과점은 제빵 기술자들에게 일본 내 제과점 연수를 제공하는 등 제품 개발에 더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이 직접 빚어 언제나 일정한 빵 맛은 17년간 뚜쥬루 제과점의 고객들을 행복하게 하고 있다. 신선도 유지를 위해 12시간 이상 지난 빵은 판매하지 않으며, 전날 빵은 다음 날 아침 50% 세일로 판매한다. 이는 소비자에게 최고의 맛을 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게다가 직접 구입한 재료는 빵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목장에서 바로 가져온 우유, 농장에서 직접 구입한 밀과 과일, 유기농 과일로 직접 만든 쨈,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며 직접 끓인 팥, 어느 것 하나 냉동된 것을 해동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든 재료를 가지고 빵과 케이크를 만든다.
그래서 빵을 만드는 곳 앞에는 '느리게 더 느리게'가 쓰여져 있다. 직접 일일이 만드느라 최소 5시간 이상 걸려 작업 속도가 느리지만, 소비자들에게는 최고의 빵을 선사하겠다는 윤 사장의 신념이 담겨 있다.
그러나 그도 인력난은 피해갈 수 없었다. 제과점이 하나둘 문 닫아 가면서 제빵 기술을 배우는 이들도 줄어든 것. 처음 제과점을 시작했을 당시도 제빵 기술을 가르치는 대학은 거의 없었다. 그나마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인기로 현재는 베이커리 관련 학교가 100개 이상 있지만, 실제 졸업생의 20%만 전공을 살리고 있다.
그래서 윤 사장이 기술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획기적인 투자가 '아파트' 및 '숙소 제공'이다. 대기업도 아닌 단 2개의 제과점을 운영하며 100여명의 직원을 둔 뚜쥬루 제과점이 '맛'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익을 생각하면 절대 투자 할 수 없는 일이지요. 명품 브랜드로서의 가치 확립이 중요했기에 그들을 붙잡아야 했습니다"
이에 기혼자에게 13채의 아파트를 제공하고 있으며, 미혼자들에게는 숙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식사 제공을 위한 아주머니 고용, 세탁실 운영 등 다양한 부분에서 뚜쥬루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타 지역에서도 천안 명소로 인정받으며, 지역에서는 타 프랜차이즈 브랜드보다 더 높은 인지도가 있지만, 그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가 있다. 바로 대기업인 CJ에서 운영하고 있는 뚜레주르 제과와 비슷한 이름 때문이다.
"제 사업에 있어 가장 큰 실수는 뚜레주르 이름 사용을 허락한 것입니다. CJ 측의 뚜쥬루 제과 인수 제의도 거절하며 뚜쥬루 브랜드를 알려나가는데 노력하고 있는데, 인터넷상에 '뚜레주르 짝퉁'이라는 말이 올라가 있는 것을 볼 때면 정말 속상합니다"
현재 천안·아산 지역 내 뚜레주르 제과 확장 금지로 양 사 갈등은 합의를 봤지만, 전국적으로 규모가 커 인지도가 큰 뚜레주르 제과점과 전혀 다른 뚜쥬루 알리기는 쉽지 않다고.
그러나 '제일가는 베이커리를 만들겠다'는 그의 뚝심은 흔들림이 없다. 천안·아산 지역의 명소로 전국적으로 인정받는 베이커리를 만들기 위해 그는 오늘도 '느리게 더 느리게' 반죽을 하고 있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뚜쥬루 과자점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