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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행복 외면한 공기업…적자 속 성과급 ‘돈잔치’ 모럴헤저드 ‘도’ 넘어

공공기관들은 제각각 별명을 갖고 있다. ‘신의 직장’ ‘신도 가고 싶은 직장’ ‘신도 못 가는 직장’ ‘신도 모르는 직장’…. 낮은 경영성과에도 안정된 정년과 고임금을 자랑하는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 행태를 빗댄 별명들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공공기관들의 별명이 단순히 우스갯소리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공기업 임직원의 기본급이 줄었지만 2~3배의 성과급을 받고 있었다. 올해 59개 공기업에서 억대 연봉을 받는 사람들이 4년 전보다 약 3배가 늘었다. 샐러리맨들의 꿈인 ‘연봉 1억원’은 공기업에서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지식경제부 산하 공기업 현황에 따르면 연봉 1억원을 넘는 사람은 2979명으로 나타났다. 공기업 전체 직원의 2.8% 수준이다. 반면 일반 봉급생활자 가운데 0.76%인 10만6673명이 1억 이상 고액 소득자이다.

한국거래소는 공기업 가운데 정도가 가장 심각하다. 지난해 직원 1인당 평균보수는 1억여 원으로, 여타 금융공공기관과 비교해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영업비용도 7200여만원으로 역시 업계 최고이다. 거래소의 매출은 주식과 선물거래 수수료(예를 들어 증권거래 수수료=증권거래 금액×일정 수수료율)가 대부분이다. 거래 규모가 늘면서 해마다 천문학적 이익을 얻고 있다. 여기엔 경쟁자가 없기 때문에 가만히 앉아있어도 수익을 내는 것이다.

중앙부처의 공기업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공기업도 빚더미 속에서도 해마다 성과급 잔치를 벌인고 있다. 서울시 산하 SH공사는 부채규모가 2006년 6조5770억원에서 지난해 13조5670억원으로 2배가 늘었다. 하지만 4년간 성과급은 사장 9846억원, 임원 3억853만원, 직원 48억7855억원 등을 지급했다.

공공기관은 특성상 적자를 낼 수 있다. 사회기반시설(SOC)을 구축해 국민들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고유의 성격 때문이다. 하지만 경영상 적자를 내면서도 지나친 성과급으로 돈잔치를 벌인다는 것은 일반 기업에선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

공공기관이 이런 도덕적 해이를 보이는 것은 주인이 없기 때문이다. 주인 없이 눈먼 돈으로 운영되는 땅 짚고 헤엄치는 구조여서 ‘칼퇴근’은 기본이고 복지혜택도 최고 수준이다. 해마다 국정감사의 단골메뉴로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이 오르지만 개선된 점이 하나도 없다. 오히려 상황이 더 심해지고 있다. 여기엔 정부의 정확한 경영평가 제도가 없는 것도 한몫한다. 특히 낙하산 인사로 고위직이 채워지다보니 노조와의 협상에서 항상 불리한 자리에 선다.

지난 정권에서 “공공기관 감사 자리가 전리품이냐”고 목소리를 높이던 사람들이 정권이 바뀌자 앞다퉈 공기업 자리를 차지하는 모습은 서글픈 생각이 든다. 특히 대통령의 ‘공정한 사회’를 국정 운영기조로 내세운 이후 8, 9월 교체된 10개 공공기관 상임감사 중 5명이 여당 출신이다.

경쟁이 없는 구조도 공기업의 부실을 재촉하고 있다.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의지는 없이 오로지 돈 쓸 궁리만 하니 공공부채는 무섭게 늘 수밖에 없다.

정부가 밝힌 지난해 공공기관 부채는 무려 347조 원이다. 하지만 부채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통령은 “국제기준에선 공공부채가 국가채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국민에겐 공공부채도 국가채무다.따라서 공공기관이 돈잔치를 벌이면 아까운 혈세로 메워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초기 공공개혁을 천명했다.

2008년 5월 초 305개인 공공기관 중 50∼60개를 민영화하겠다고 밝혔다. 철밥통을 깨 청년층 고용을 늘리고, 민영화에서 생기는 60조원의 수입으로 중소기업과 공교육을 살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공공기업 개혁이 ‘공공기관 선진화’로 바뀌었다. 현재 공공기관은 285개이고 24개로 예정했던 공기업 민영화는 6개에 그쳤다. 말 뿐인 공공개혁인 것이다.

이에 본지는 ‘국민 행복 외면하는 공기업, 이대로 좋은가’ 시리즈로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 등 총체적 부실을 파헤치고 국민을 위한 공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