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경제성장률이 2분기 연속 3%대를 기록하면서 정부의 올해 성장률 목표치 달성에 적신호가 커졌다.
일부 경제연구소는 올해 성장률을 3%대로 예상하고 있고, 대부분은 내년에도 3%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잠재성장률도 3%대로 추락할 것으로 보고 있어 저성장이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성장하며 2분기 3.4%에 이어 2분기째 3%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올해 3분기까지 경제성장률이 3.7%를 기록하게 됐다. 4분기에 7%라는 고성장을 하지 못하면 정부 목표치인 4.5% 달성이 불가능한 상황이며, 4분기에 5%대를 넘기지 못할 경우에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4% 선을 지키는 것도 어렵게 됐다. 하지만 수출과 내수 등 우리 경제상황이 만만치가 않아 5%대 성장을 기록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 4%대 선을 지키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수출에 있어서 IT 수출 부진이 한몫하며 3분기 재화의 수출이 전분기보다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IT 수출은 7월과 8월에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각각 3.5%, 2.4% 감소했다.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금융위기에서 회복세로 돌아선 2009년 하반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9월 들어 4.6%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경기 악화로 인해 IT 수출은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내수에서도 민간소비가 전분기 대비 증가율이 0.6%를 기록하며 2분기의 0.9%보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의 재정위기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설비투자에 나서기를 꺼리면서 설비투자는 오히려 전분기보다 0.4% 줄어들었다. 지난해 4분기 -1.0%, 올해 1분기 -1.1%에서 2분기 3.9%로 깜짝 상승세를 보였지만 3분기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분기 7.5%에서 3분기에 1.4%로 증가율이 크게 떨어졌다.
투자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자본재 수입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9월 자본재 수입 증가율은 4.5%로 2009년 10월의 -13.2% 이후 가장 낮았다.
이로 인해 경제연구소에서는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3%대로 전망하고 있으며, 내년도에도 3%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전망에서 우리 경제가 글로벌 재정위기 등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는 데다 내수도 큰 폭으로 늘어나기 어렵다며 올해 경제성장률은 3.9%, 내년은 3.7%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3.8%, 내년 3.6%로 세계 경제 성장률과 유사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IT 부문의 가격하락, 일본 대지진에 따른 반사 효과의 감소, 선진국 통화의 전반적인 약세 등을 이유로 꼽으며 내년 수출 증가율이 올해 전망치인 20.9%의 절반도 되지 않는 9.4%로 제시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4.2%, 내년 4.0%로 상대적으로 낙관적으로 보는 편이지만, 내년 주요 선진국의 경기 회복세 약화로 수출이 둔화되고, 이로 인해 설비투자 증가율 역시 제한적이 될 것으로 전망하며 최근 경제 여건을 감안해 전망치를 0.2~0.3%포인트 내리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엔 우리나라가 4.0%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지만 우리 경제의 3대 성장동력이 모두 약화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내년엔 3.6%로 크게 떨어질 것으로 봤다. 주동력인 수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고 보조동력인 내수 역시 수출 둔화의 부정적인 영향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으로 봤다. 또 예비동력인 정부의 경기부양 여력도 현저히 약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특히 내년 잠재성장률을 3.8%로, 3%대로 봤을 뿐 아니라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못한 것으로 봤다. LG경제연구원은 내년 잠재성장률을 3% 후반에서 4% 초반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 잠재성장률을 4%대 중반으로 보는 것과 대조적이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경제연구실장은 "올해와 내년에도 2년 연속 3%대 성장에 머물게 된다"며 "한국이 저성장 국면에 익숙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와 내년 우리 경제성장을 아직까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올해 GDP 증가율을 4.0%, 내년엔 4.4%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