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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대출 100조 돌파… 연체율도 늘어나

[재경일보 조동일 기자] 일자리를 찾지 못한 베이비부머 은퇴자들의 창업과 은행들의 과열 대출 경쟁이 맞물리면서 자영업자 대출이 1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영업부진으로 제 때 이자를 내지 못해 하나은행의 경우, 연체율이 가계대출 연체율의 두 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계속되는 유로존 재정위기로 인해 내년 경제 상황이 올해보다 더 나빠지고 내수도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내수 침체가 현실화될 경우 자영업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5개 금융기관의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지난달 말 102조8천억원에 달하며 1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대출 규모는 92조8천억원으로, 올해 들어 지난해 보다 대출이 10조원(10.8%)이나 급증한 것이다. 이는 올해 1∼3분기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4.2%)의 2.5배 수준으로, 자영업 대출이 한해 10조원이나 늘어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지난해 증가액(4조1천억원)에 비해서도 2배를 훨씬 넘는다.

은행별로 보면, 2009년과 지난해 자영업자 대출 증가액이 각각 2조1천억원이었던 국민은행은 올해 증가액이 지난해의 2배가 훌쩍 넘는 5조2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2천700억원에 불과했던 신한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증가액은 2년 만에 열 배 가량 늘어 올해 무려 2조6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자영업자 대출이 1천800억원 늘었던 하나은행은 올해 1조1천억원이 급증했고, 농협도 올해 1조원 넘게 자영업자 대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별 대출 잔액은 국민은행 35조7천억원, 신한은행 22조5천억원, 우리은행 20조원, 농협 12조6천억원, 하나은행 11조4천억원이었다.

은행들은 자영업자 대출을 중소기업 대출로 분류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가계부채에 가깝다. 자영업 창업을 했다가 실패하면 그 빚이 고스란히 창업자 가계의 빚으로 남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영업자 대출이 가계부채의 또다른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율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하나은행의 올해 3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1.08%)은 가계대출 연체율(0.45%)의 두 배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은행들도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2분기를 저점으로 상승 추세로 돌아섰다.

내년에 내수침체가 심각해지면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미 내수침체 조짐은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지난달 백화점과 대형 상점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각각 0.5% 감소한 것이다.

미국 경기 회복 지연과 유로존 재정위기 등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이 국내 실물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데다 지나친 가계부채가 소비를 짓눌러 내수침체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백화점, 대형 마트 등의 매출마저 줄어들었다는 것은 영세 자영업자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율 상승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