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유혜선 기자] 백내장수술, 편도수술, 맹장수술, 항문수술, 탈장수술, 자궁수술, 제왕절개분만 등 7개 질병 치료에 대한 포괄수가제 전면 시행을 이틀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 제도 시행에 반발하고 있는 의료계는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수술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실제로 수술 거부에 돌입할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포괄수가제란 일련의 치료행위를 묶어 하나의 가격을 매기는 방식으로, 일종의 '입원비 정찰제'다. 진찰료, 검사료, 처치료, 입원료, 약값 등에 따로 가격을 매긴 뒤 합산하는 행위별수가제가 진료를 늘릴수록 의사 수입이 많아지는 구조적 한계 때문에 과잉진료와 의료비 급증을 야기한다는 지적에 따라 대안으로 도입됐다.
보건복지부는 29일 예고대로 다음달 1일부터 7개 질병군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포괄수가제를 차질없이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측 분석에 따르면, 포괄수가제 적용으로 인해 행위별수가제에서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돼 모두 환자 본인이 부담했던 상당수 처치들이 포괄수가제에서는 급여 항목으로 바뀌어 가격이 하나로 정해진 '표준 진료 묶음'
안에 포함되게 돼 환자 부담이 평균 21% 정도 줄어든다.
예를 들어 자궁 수술시 절제 부위 주위조직 유착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방지제의 경우 행위별수가제에서는 비급여로 약 30만원을 환자가 내야하지만 포괄수가제에서는 약 20%인 6만원만 지불하면 된다.
그러나 의사들은 포괄수가제 도입 시 의료 서비스의 질이 전반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으며, 포괄수가제 강행시 집단 수술 거부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의사들은 가격이 하나로 정해져있기 때문에 앞으로 과잉진료가 아니라 '과소, 최소 진료'가 이뤄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새로운 의료 기술이 제 때 수가에 반영되지 못해 도입이 더뎌지거나, 작은 병원들이 복잡한 처치가 필요한 환자에 대한 진료를 거부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장 등 의료경영인들의 모임인 병원협회는 포괄수가제 적용에 긍정적 입장이어서 의사와 병원간 고용 관계 등에 따라 실제로 얼마나 많은 의사들이 수술 연기에 동참할지는 미지수인 상태다.
한편, 포괄수가제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수술 연기나 거부에 따른 '수술 대란' 여부는 이날 오후 발표될 대한의사협회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의협과 산하 개별과의사회 등은 그동안 전문여론조사기관과 모바일 등을 통해 약 8천500~9천명을 대상으로 포괄수가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해왔다.
만약 반대 의견이 많을 경우 의협과 산부인과, 안과, 외과, 이비인후과 의사회는 다음달 1일부터 1주일동안 응급수술을 제외한 백내장, 편도선, 탈장, 자궁, 치질 수술 일정을 잡지 않고 연기할 계획이지만 찬성하는 의견이 많을 경우 의협은 수술 연기 계획을 철회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복지부 관계자는 "만약 의협의 부당 행위가 확인되면 과거 의약분업 때처럼 독점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하고, 진료 거부를 하는 개별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의료법에 따라 형사고발과 면허정지 조취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단 관계자는 "포괄수가제가 시행되면 보건소와 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합동점검팀을 구성해 진료 거부 행위가 있는 지 현장조사를 하고 증거도 모아 복지부에 전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