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우리은행이 가계대출 부실의 주범 격인 집단대출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부실화될 수 밖에 없어 다른 은행들은 집단대출을 모두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나홀로 대출을 늘리는 역주행을 감행했다.
현재 부동산 경기는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추락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우리은행 대출 부실화에 따른 자산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평소 `자산건전성 강화'를 역설한 이순우 행장의 행보와도 완전히 반대되는 것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 우리, 국민, 하나, 농협, 기업, 외환 등 7대 시중은행의 올해 6월 말 집단대출 잔액은 89조9천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3%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은행은 지난해 하반기에 집단대출을 1조원 넘게 확대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1조원 가량 늘리는 등 나홀로 집단대출을 늘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일년 새 집단대출 규모가 15.3%(2조2천여억원) 급증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은 부동산경기 악화를 우려해 집단대출을 축소했지만, 우리는 입주자 대부분이 실수요자임을 고려해 축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집단대출은 은행이 아파트 분양자들에게 중도금과 잔금을 일괄해서 빌려주는 것으로,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집값 하락으로 분양자들이 건설사와 다투는 사례가 많아진 탓에 지난해 말 1.18%였던 연체율이 5월 말 1.71%까지 상승, 주택대출 평균 연체율(0.85%)의 두 배에 달하자 은행마다 집단대출 줄이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상태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올해 들어 집단대출을 1조원 넘게 줄였고, 하나은행도 집단대출을 크게 줄여 6월 말 집단대출 잔액이 지난해 말보다 7.9%나 급감했다. 이는 외환(-2.7%), 신한(-2.2%) 등도 마찬가지다.
이로 인해 집단대출을 늘린 우리은행의 대출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은행의 고정이하여신(대출금 회수가 어려운 여신)비율은 1.88%로 시중은행 평균(1.45%)보다 훨씬 높으며, 은행권 최저 수준인 하나은행(1.02%)에 비해서는 두 배에 가까운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 악화의 장기화로 인해 집단대출 연체율이 계속 올라가면 우리은행의 부실대출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우리은행의 공격적인 주택대출 영업은 상반기 은행권의 큰 관심사였다"며 "영업 강화도 좋지만, 부동산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면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