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올해 가계 은행빚 100조 만기… 빚 못갚아 신용불량·경매속출

[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올해 은행이 가계에 빌려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약 100조원의 만기가 돌아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20만 가구가 대출 만기를 맞을 것으로 보여, 가구당 평균 8천만원을 상환해야 한다.

정부는 만기연장 등을 고려하면 대출 상환 위험이 크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지만, 신용불량이나 경매처분이 급증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집값 하락으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부실화되고 있는 데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국내 경기도 침체돼 가계 소득 악화에 따른 신용대출도 부실해지고 있는 탓이다.

지난해까지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는 데 주력하던 금융위원회는 이제는 대출 만기가 대거 돌아오는 등 가계파산의 위험이 커지자 `연착륙'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5일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79조5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원금 상환이 시작된 분할상환대출은 포함되지 않았다.

한꺼번에 갚아야 하는 일시상환대출이 59조9천억원, 거치기간이 끝난 분할상환대출이 19조6천억원이다.

금융위는 현재 87.4%인 만기연장 비율을 근거로 해 일시상환대출 가운데 만기를 연장하지 못해 상환 위험에 직면할 대출은 7조5천억원 가량에 불과하며 80조원에 이르는 주택담보대출 전체가 상환 압력을 받는 것은 아니라며 지나친 우려와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나섰지만 올해 가계대출 만기도래에 대한 대출자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가계가 보유한 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비율(4.5대 1)을 보여주는 통계청 조사 결과를 적용하면, 은행대출의 올해 만기도래액은 100조원에 육박하는 98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KB금융경영연구소 김진성 연구원은 "올해 120만 가구의 대출 만기가 돌아온다"고 추정했다. 98조원을 120만 가구로 나누면 가구당 평균 8200만원이다.

담보대출은 만기 때 돈을 갚지 못하면 주택 등 담보물이 경매로 넘어가고, 신용대출은 제 때 갚지 못하면 신용불량자가 된다.

이런 가운데 주택을 경매에 넘기거나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위험에 저금리 대출 전환을 신청한 사례는 올해 들어 부쩍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운영하는 바꿔드림론(저금리 대출 전환) 실적은 올해 1~6월 3만98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만9천494건보다 무려 59%나 급증했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 프로그램(개인·프리워크아웃) 실적도 1분기 기준으로 2010년 1만9천991건, 지난해 2만2천706건, 올해 2만3천94건으로 증가 추세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경매건수는 1~6월 기준으로 올해 1만3천210건으로 2008년 5천541건에 비해 무려 2.3배나 늘어났다.

그나마 빚을 갚으려고 집을 경매에 내놔도 급매물이 몰린 탓에 제값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법원이 집계한 서울 지역 아파트 매각가율은 2007년 91.6%에 달했지만 올해는 77.6%로 뚝 떨어진 상태다.

또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주거시설의 경매 낙찰가가 은행 등 금융사의 채권청구액보다 낮은 경우가 전체 낙찰건수의 47.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사가 부실화한 주택담보대출을 회수하기 위해 대출자에게서 담보로 잡은 주택을 경매에 부쳐도 원금을 회수하는 경우는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지옥션 하유정 연구원은 "경매 아파트는 대부분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한 물건이다"며 "수도권 매각가율이 70%대로 떨어졌는데 회복이 안 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