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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국도로공사 간부 자살사건의 전말을 추적하다

[재경일보 김태훈 기자] 민간인 사찰사건으로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자윤리위원회(이하 공직자윤리위)가 한국도로공사(이하 도공) 간부 이모(55)씨의 납품업체 금품수수 첩보를 입수하고 단독으로 조사를 수행한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앞서 이모 씨는 지난 8일 경기도 용인의 야산에서 나무에 목을 매달아 자살했지만, 정확한 사인은 이번 사건을 앞다투어 보도한 국내 모든 언론사 기사에 누락돼 있다.

이에 의문을 품은 기자는 지난 10일 오후 5시경 도공 감사실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담당직원은 답변하기를 매우 껄끄러워했다.

본지 기자는 먼저 이날 감사실에 전화를 걸어 "이번 공기업 간부 자살사건에 대해 들은 바가 있느냐?"면서 "도공의 최근 감사결과가 나왔냐?"고 캐물었다.

하지만 감사실 직원은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그런 감사가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에 해당 기자가 "그렇다면 도공은 평소 감사 결과를 어디에 게재하느냐?"고 되묻자, 그는 시종일관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감사원에 올린다"란 짤막한 답변만 내놨다.

기자는 이후 감사원 관계 부서에 직접 연락해 C모 과장 등과 통화한 결과, "도공 기관 운영에 관한 최근 감사는 2011년8월29일에 있었다"라는 뜻밖의 수확을 얻게 됐다.

사건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봤을 때 감사원 내 이 기록이 현재 도공의 가장 마지막 감사결과였다면 이는 이번 금품수수 사건과 무관한 것.

이에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H모 팀장은 11일 오후 6시께 기자의 지속적인 유선상 추궁 끝에 "첩보가 있어서 (공직자윤리위가) 단독으로 조사한 뒤 이쪽(경찰청)에 인계를 해준 것"이라고 답해, 사건이 이첩됐다는 사실만으로 공직자윤리위의 사찰 정황이 드러났다.

다만 그는 기자의 끈질긴 답변요청에도 연거푸 한숨을 쉬고 수차례 말을 더듬으며 "공직자윤리위에서 어떤 내용을 조사했는지 전달받은 게 있으나 (기자에게)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만 고수했다.

이 H모 팀장은 지난 6일 공직자윤리위로부터 사건을 위임받은 후 9일 추가조사를 앞두고 이모 씨에게 소환 요구를 한 장본인.

그러나 문제는 이처럼 '의혹은 보이나 물증이 없어서 비리가 일시에 잠복해버렸다'는 것.

한편, 지난 10일 4년간 지속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임직원들의 고질적 원전 납품 비리의 실체가 4개월여의 검찰수사 끝에 드러나 주위를 충격의 도가니로 몰고 가고 있다.

이들의 혐의는 납품업체들로부터 뇌물을 받아 챙기고, 자재 납품 관련 편의 제공, 입찰 담합 종용 등 각종 이권에 개입한 것이 골자.

더불어 해당 사건은 지난 2월 중순경 한수원 간부 지모(48)씨가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인근 모텔에서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출입문에 목욕 가운 허리띠로 목을 맨 채 숨져 수사중단 위기를 겪은 바 있다.

두 사건은 결국 '공기업 구성원들이 납품업체들로부터 뇌물을 받아 챙긴 금품수수 사건'이자 "비리 수사(또는 조사)과정에서 적발된 직원이 자살했다"란 점에서 동일하다.

이번 사건도 한수원의 비리로 비롯된 자살사건처럼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드러나지 않을까 전망되나, 아직까지 이를 다룬 언론사는 없다. 이에 본지는 도공도 이 같이 뒤에 수사 결과가 나오면 끝까지 후속 보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