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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서 또 한국인 폭행 사건 발생… 벌써 다섯 번째

[재경일보 김현정 기자] 호주 주요 도시에서 발생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쇄 무차별폭행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이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해 파문이 일고 있다. 올 들어 벌써 다섯 번째다.

호주 언론들도 사태가 심각해지자 뒤늦게 한국인 연쇄폭행사건에 대해 조명하고 나섰다.

한국인에 대한 무차별폭행은 중국인과 일본인, 인도인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백호주의(白濠主義-백인우선정책) 정서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호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9시께 골드코스트 사우스포트 인근에서 기술전문학교(TAFE)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한국인 유학생A(28·여)씨가 갑자기 다가온 남녀 3인조에게 영문도 모른 채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A씨는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과 저녁을 먹은 뒤 귀가하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애보리진(호주 원주민)처럼 보이는 여자가 뒤에서 나에게 고함을 질렀다"며 "내가 '왜 소리를 지르냐'고 하자 소리지른 여자 옆에 있던 여자가 다가와 다짜고짜 주먹을 날렸다"고 말했다.

A씨는 가해자가 상스런 욕설을 퍼부으면서 주먹으로 얼굴과 머리를 30차례도 넘게 마구 때려 입에서 피가 흐르고 코뼈가 골절됐다고 밝혔다.

당시 사건 현장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으나 도와달라고 소리쳐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고 A씨는 덧붙였다.

또 A씨가 경찰에 신고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꺼내 다이얼을 누르는 순간 가해 여성과 함께 있던 백인 남성이 휴대전화를 빼앗아 자기 바지 뒷주머니에 넣었다고 A씨는 전했다.

뒤늦게 A씨의 비명을 듣고 달려온 A씨의 친구와 친구의 아버지가 가해 여성을 뜯어말렸고 곧이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가해자를 체포했다.

경찰은 조사를 마친 뒤 17살인 가해 여성을 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A씨는 "영어실력을 쌓기 위해 비싼 학비를 지불해가며 멀리 호주까지 와 공부하고 있었는데, 이런 일을 당하고 나니 겁이 나서 학교를 갈 수가 없다"며 "아버지가 안전을 우려해 한국으로 돌아올 것을 권유했었는데 그 말을 들을 걸 그랬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9월에는 호주 멜버른에서 30대 유학생 장 모 씨가 백인 10대 청소년 10여 명에게 인종차별적 집단폭행을 당하고 흉기로 손가락을 잘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장씨는 수사를 하던 호주 경찰에게서 이 사건이 피해자 책임이라거나 아시아인들은 멍청하고 어리석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달엔 시드니 주택가에서 30대 회사원 김 모 씨가 괴한들이 휘두른 골프채에 맞아 크게 다쳤고 지난 일요일 새벽 브리즈번에서는 28살 조 모 씨가 백인 청년 2명에게 폭행을 당했다.

이에 앞서 3월엔 한국인 여자 유학생 김모 씨가 골목길에서 방화 테러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들은 한결같이 아시아인 밀집지역에서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