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쇼핑몰 쿠팡의 미국증시 상장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증권업계 및 투자은행(IB)들에 따르면, 쿠팡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위한 신고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당초 쿠팡은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NYSE에 상장하게 된 것이다.
쿠팡 측은 클래스A 보통주 상장을 위해 S-1 양식에 따라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쿠팡 주식 상장가 및 상장일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가운데, 뉴욕증시에 종목 코드 'CPNG'로 상장할 계획이다.
기업공개(IPO) 절차에 따라 쿠팡은 조만간 투자자들을 위한 로드쇼를 진행하고, 공모가 윤곽이 정해진 뒤 NYSE에서 주식 거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절차에 걸리는 기간을 고려하면 돌발 변수가 없을 경우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은 한 달 뒤인 3월이 유력해 보인다.
앞서 블룸버그통신도 쿠팡을 비롯한 일본 소프트뱅크의 투자 기업 중 최소 6곳이 올해 IPO를 준비하고 있다며, 쿠팡의 IPO는 올해 2분기 진행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블룸버그가 예상한 쿠팡의 기업가치 평가액은 300억달러(한화 약 33조2000억원)였다.
◆ 끊이지 않았던 미국증시 상장설…나스닥 아닌 뉴욕행
쿠팡은 그동안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30억달러(한화 약 3조3000억원)를 투자받아 '로켓배송'에 필요한 물류 인프라 등에 과감한 투자를 해왔다.
공격적인 투자 전략은 외형 성장을 가져왔지만, 한편으로는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또 2018년 이후 추가 투자가 끊긴 가운데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난해 투자금 회수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 투자를 계속 확대하기 위해, 쿠팡이 미국증시 상장으로 추가자금 조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 2019년 10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로도 거론됐던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회사 이사로 영입한 것을 비롯, 최근 몇 년간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최고회계책임자(CAO) 등 임원진에 외국인을 기용할 때마다 미 증시 상장 준비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업계에서는 NYSE가 아닌 나스닥 상장을 예상했다. 김범석 쿠팡 의장 역시 지난 2011년 쿠팡 브랜드를 2년 내에 나스닥에 직접 상장해 세계로 도약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낙스닥 시장은 당장의 실적 보다는 기업의 미래 가치에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2010년 설립 후 매년 적자를 내고 있는 쿠팡으로서는 최적의 시장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쿠팡은 나스닥보다 상장은 까다롭지만 대규모 투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결정했다. 그동안 '적절한 때가 되면 IPO를 추진한다'고 밝혀왔던 쿠팡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2019년의 두 배 가까운 매출 성장을 이뤄낸 지금이 상장의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쿠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상장 신청 서류에서 지난해 매출이 119억7000만달러(약 13조2500억원)라고 밝혔다. 이는 2019년의 7조1000여억 원보다 약 91% 늘어난 규모다.
또한 적자 규모는 4억7490만달러(약 5257억원)로, 2019년 7205억원보다 약 1500억원 정도 줄였다. 누적 적자는 여전히 수조원대에 이르지만, 2018년을 정점으로 적자를 꾸준히 줄여가는 상황이다.
◆ '지분 2%로 58% 주주 권리' 가능
한편, 쿠팡이 한국증시 대신 NYSE 상장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로 '차등의결권'이 지목된다. 나스닥 역시 차등의결권을 부여하고 있다.
쿠팡이 지난 12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상장 신청 서류에 따르면, 쿠팡은 김 의장이 보유한 클래스B 주식에 일반 주식인 클래스A의 29배에 해당하는 차등의결권을 부여했다.
차등의결권은 창업주나 경영자가 경영권에 대한 위협 없이 안정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도록 하기 위한 제도다. 김 의장이 가진 주식 1주는 다른 사람이 가진 일반 주식 29주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갖는다는 의미다.
최근 기업공개(IPO)를 한 미국 음식배달 스타트업 도어대시와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도 공동창업주들에게 일반 주식보다 20배의 차등의결권을 부여하는 등, 미국에서는 한국과 달리 의결권이 차등화된 여러 주식을 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김 의장이 클래스B 주식을 얼마나 보유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분 2%만 갖고 있어도 58%에 해당하는 주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김 의장은 외부의 인수·합병(M&A) 시도를 견제하며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쿠팡이 미국증시 상장을 선택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해석되고 있다.
◆ 쿠팡 '로켓배송' 투자·고용 확대 나설 듯
쿠팡은 미국증시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공격적 투자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로켓배송' 지역 확대를 위한 물류센터와 풀필먼트(물품 보관·포장·배송·재고 관리를 총괄하는 통합 물류관리 시스템) 확충이 주요 자금 사용처로 꼽히고 있다.
로켓배송은 소비자를 계속 쿠팡을 이용하게 만드는 '락인 효과'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쿠팡 측은 상장 신청 서류에서 "현재 우리의 자금 지출 중 상당 부분은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로, 성장을 위한 야심 찬 계획에 따라 가까운 미래에 큰 규모의 자본 지출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풀필먼트와 물류센터를 건설해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는 한편 배송 시간을 줄이고 비용 구조를 최적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한 쿠팡은 가전제품, 뷰티, 의류 등 시장 침투율이 낮은 주요 상품군을 포함해 전반적인 직매입 상품군을 확대하고, 더 많은 판매자가 쿠팡에 등록하도록 유인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로켓 프레시, 쿠팡 이츠, 쿠팡 페이 등을 언급하며 "우리의 제공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새로운 사업 계획도 항상 탐구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새로운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또 "작년 한 해만 2만5000명을 채용했다"며 2025년까지 5만명 신규 고용을 목표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