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부동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사실상 '부동산 감세'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코로나 재난 상황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유예 카드에 이어 보유세 사실상 동결 추진을 통해 현 정부에서 민심 이반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부동산 문제에서 차별화하는 행보를 연일 하는 것이다.
'한시적', '1가구 1주택' 등 꼬리표를 달긴 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물론 이 후보가 그간 천명해 온 부동산 증세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에서 역풍 및 혼란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과 정부는 20일 당정 협의에서 내년 주택 보유세 산정에 올해 공시가격을 적용하고 보유세 상한선 및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등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세금 부담 완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 후보의 지난 18일 '공시가격 관련 제도 전면 재검토' 주문에 따른 것으로, 당정은 21일 오후에도 비공개 실무협의를 열어 후속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12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1년간 한시적으로 유예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 후보는 이날 오후 KBS 라디오에서 "공시지가를 정상화해야 하는 것은 맞는다"면서도 "최근 너무 급격하게 집값 주택가격이 상승해서 부담이 늘어나니까 국민 고 통이 커져서 속도 조절을 좀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양도세 중과가 지금 매물 출현을 막는 장애 요인"이라며 "단기간에만 예외를 좀 두면 조세에서 혜택이 그대로 갈지 몰라도 안 그래도 시장공급이 부족한 데 주택공급량이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도 부동산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특히 여태껏 선거에서 선전해왔던 수도권 지역 민심이 싸늘하다는 점에서 위기의식이 있다.
송영길 대표는 선대위 해외위원회 발대식에서 "겸허하게 우리 잘못을 반성하고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세제 정책을 바꿔가겠다"며 "정부의 정책 잘못으로 집값 올려놓고 세금을 많이 때리느냐에 대한 국민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성준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정부가 부동산 가격의 폭등을 막지 못한 것은 사실이고 그런 점에서 정책이 충분하지 못했고 정책 효과를 보지 못했다, 실패라는 점을 인정한다"면서 "큰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국민의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강구해가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을'을 지역구로 둔 진 의원은 그간 당 지도부의 종부세·양도세 완화에 강력히 반대해 온 강경파로 꼽힌다.
그러나 주택 공시가격 발표 시즌을 앞두고 표심을 의식, '보유세 강화·거래세 완화'라는 기조를 버리고 사실상 감세로 갑작스럽게 '턴'하면서 일각에서 비판도 나온다.
특히 이 후보가 대선 출마 후 부동산 공약으로 '부동산 불로소득 타파'를 주장하며 국토보유세를 도입해 현재 부동산 보유 실효세율 0.17%를 1.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여러 차례 발표한 것과 최근의 부동산 세제 행보가 대비된다는 말도 많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대통령 후보가 당선된 뒤에 어떤 정책을 하겠다고 공약하는 것은 상관이 없지만, 정부와 당이 그동안 지켜온 부동산 기조를 바로 흔들겠다고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잘못됐다"고 말했다.
야당도 이 후보를 향해 '말 바꾸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이 후보의 부동산 세제 정책에 대해 "현 정부 정책을 부정하는 그런 이야기"라고 평가한 뒤 "선심을 얻기 위해 재산세 자체를 동결한다 이야기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국토보유세를 도입해 투기 이윤을 모두 흡수한다고 한다. 과연 이 후보의 재산세에 대한 기본 입장이 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재명의 민주당'은 부동산 안정은 이제 포기하고, 노골적으로 집 부자들 편에 서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및 보유세 완화가 연일 거론되면서 부동산 시장에서는 세금 감면 및 가격 인하 기대감 등으로 애초 의도와 달리 오히려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 "일각에선 이번 조치로 부동산 시장이 다시 관망세로 돌아설 것이란 예측이 있지만 과도한 해석"이라며 "1세대 1주택자 실수요자 부담을 증가시키지 않는 게 목표이며 현 정부 정책과도 결이 다르지 않다"고 항변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정책 기조를 놓고 민주당의 22일 오후 의원총회에서도 공방이 예상된다.
이 의총은 '선지원 후정산' 등 소상공인 지원 관련법 개정안의 당론 채택을 위해 소집됐으나 부동산 문제가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