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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文정부 탄소중립 그대로면 2050년 전기료 5배 올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2일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을 대대적으로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현 정부 정책으로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실질적으로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이 정책을 그대로 추진할 경우 전기요금이 크게 오르고 연평균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하는 등 물가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탄소중립 정책 근간 유지 필요성을 강조해, 인수위와 현 정부 간 긴장 수위가 높아질지 주목된다.

▲인수위 "탄소중립, 가야 할 길…현실성·책임있는 계획 다시 세울 것"

인수위 원희룡 기획위원장은 이날 인수위 사무실 브리핑에서 "민주당 정권은 탄소중립을 외쳐왔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이 작년 4% 이상 늘었고 올해도 늘어날 예정"이라며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매년 4∼6% 쌓아놓고 있고 미래에도 그 부담을 그대로 유지시킨 채 다음 정권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원 위원장은 "이미 국제사회에 약속한 탄소중립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탄소중립에 관한 정직하고 현실성 있고 책임 있는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것이 기후·에너지팀의 잠정적 결론"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수정하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원 위원장은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우리가 멋대로 바꾸는 것은 대한민국의 국격이나 국제사회 기후변화 체계에 비춰봤을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이게 절대불변이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상황과 변수가 있을 수 있다"며 "목표를 고정해놓고 '여기부턴 우리 영역'이라고 하는 것이 앞으로의 해법, 국가적 문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모든 문제에 대해 폭넓은 시각을 갖고 접근하겠다는 것을 중간보고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사회에 약속한 탄소중립 목표 자체를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상황에 따라 조정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원전가동률 변화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변화관계 [인수위 제공]
원전가동률 변화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변화관계 [인수위 제공]

▲ "文정부 정책 그대로 추진하면 전기요금 오르고 GDP 하락"

인수위 기획위 기후·에너지팀은 관련 부처 업무보고를 분석해 문재인 정부 탄소중립 정책을 비판했다.

인수위는 이날 "2050 신재생 에너지 비중 70% 등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그대로 추진할 경우 2050년까지 매년 4∼6%의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것으로 관계당국은 내다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경우 월평균 350kwh(킬로와트시)의 전기를 사용해 현재 4만7천원을 내는 4인 가구가 2025년 5만3천∼5만6천원, 2030년 6만4천∼7만5천원, 2035년 7만8천∼10만원의 전기요금을 내야 한다는 추산을 공개했다.

인수위는 "추세가 계속되면 2050년의 경우 전기료는 물가 상승분을 제외하더라도 지금보다 5배 이상 오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고 언급했다.

탄소중립 시나리오 추진에 따른 부담이 국가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거론했다.

인수위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21년 비공개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2050년 탄소중립 달성' 때는 2030년까지 연평균 0.7%포인트, 2050년까지 연평균 0.5%포인트의 GDP 감소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됐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지난 5년간 원자력발전 발전량이 줄면서 전기요금 총괄원가의 80%를 차지하는 한국전력(한전)의 전력구입비가 문재인 정부 5년간 13조원 늘었다고도 지적했다.

이는 정비 일수 증가 등 원전 평균 이용률 저하로 발생한 추가 전력구매분 8조1천억, 월성1호기 조기 폐쇄에 따른 1조5천억원, 신한울 1·2호기 준공 5년 지연에 따른 3조4천억원 추가 지출을 더한 수치다.

인수위는 실제 온실가스 배출은 문재인 정부 목표에 역행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원전은 감소했지만 석탄발전이 소폭 증가하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은 16% 급증한 영향 때문에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 대비 4.16%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는 것이다.

원희룡 국토부 후보자
[연합뉴스 제공]

▲인수위, 재생에너지·원전 조화 등 5대 정책방향 보고 계획

인수위는 "부정적인 경제적 파급 효과와 민생 압박을 상쇄하기 위해서 정책 조합(policy mix)은 대대적으로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잠정 결론"이라며 5대 정책방향을 담은 '국민을 위한 탄소중립 전략보고서'를 작성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2주 뒤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인수위가 제시한 정책방향 첫 번째는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조화·수요 관리 강화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 탄소중립 에너지믹스와 전력시스템 혁신'이다.

올해 상반기, 늦어도 8월까지는 '그린 택소노미(친환경 에너지원을 구분하는 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하는 등 관련 제도를 정비해 12월 10차 전력수급계획에 새로운 정책방향을 반영하는 것이 인수위의 목표다.

인수위는 에너지 혁신 벤처와 인재 육성 등을 위한 '녹색기술 발전을 위한 연구·개발(R&D) 체계 고도화 및 탄소중립형 신성장동력 창출'도 정책방향으로 제시했다.

'탄소배출권 제3자 시장 참여 확대, ESG 경영 연계, 세제 보완 등을 통한 녹색금융 본격화', '미국 등 주요국과의 기후에너지동맹 글로벌 협력체제 강화'도 정책방향으로 꼽혔다.

인수위는 또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 구성의 편향성과 효율성 결여 문제가 모든 관련 부처에서 제기됐다며 '탄소중립·녹색성장 거버넌스 전략적 재구성'을 정책방향에 포함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시점 등이 정해졌느냐는 질문에 원 위원장은 "탄소중립 계획은 큰 그림과 가치·기술적 판단으로 전문가들과 국민적인 합의를 모아나가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이고 여기에 따른 개별 원전의 가동이나 새로운 착공은 실무적 판단이 필요한 문제"라고 답했다.

석탄발전 조정 계획에 대해 김상협 상임기획위원은 "석탄발전 확대 기조는 제가 들은 적도 없고 있을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탈석탄은 세계적 추세이고 가지고 있으면 손해를 보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에 적절한 조치가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