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살의 직장인 김숙경씨는 몇 년 전부터 자외선이 강한 여름철에는 외출 시 꼭 양산을 챙겨가지고 다닌다. 아직 젊은 나이에 웬 양산이냐며 주위 친구들이 한 마디씩 해도 숙경씨에게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그녀는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인 루푸스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여름일 정도로 여름을 즐겼고, 과감한 노출이 필요한 패션도 선보이던 그녀였다. 그런데 루푸스를 앓고 난 후부터는 외출 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자외선 차단이다. 루푸스 환자의 경우 햇빛에 오래 노출될 때 피부가 빨갛게 부어 오르는 피부 발진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김숙경씨가 앓고 있는 루푸스는 내 몸을 보호해야 할 면역계에 이상이 생겨 오히려 면역계가 우리 몸을 스스로 공격하면서 생기는 질병인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이다. 인종,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걸릴 수 있으나 주로 가임기 여성(15세~45세)이 남성에 비해 8~10배정도 많으며 우리나라는 여성이 남성보다 유병률이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 자외선 노출로 인해 악화되는 피부 증상
루푸스 환자의 경우 여름철 강한 자외선은 피해야 하는 적이다. 자외선에 자주 노출될 경우 피부증상이 더욱 악화되기 때문이다. 루푸스의 가장 흔한 증상은 피부 증상으로 80~90%의 환자에게서 나타나는데 증상으로는 뺨의 발진과 햇빛알레르기증상 등이 나타난다.
류마내과네트워크 고재기원장은 “루푸스의 피부증상 중 대표적인 것이 뺨에 붉은 반점이생기는 경우인데, 뺨의 발진의 경우에는 주로 코 상부를 포함하여 대칭적인 나비모양으로 붉은 반점이 나타나며, 대개 경계가 불분명하며 가렵지 않고 코와 입술 사이의 주름을 침범하지 않는 것이 매우 특징적이다”고 말했다.
또한 “루푸스 환자의 경우 대부분이 지니고 있는 증상 중 하나인 햇빛알레르기는 광과민성 피부질환으로 자외선 노출에 의해 악화되며, 자외선 노출이나 햇빛 화상이 루푸스 증상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햇빛알레르기 증상은 태양광선에 의해 피부가 민감하게 반응해 얼굴에 붉은 반점이 생기거나 화끈거리고, 심하면 수포가 생기거나 진물이 나기도 하는데 루푸스 질환을 지닌 경우 최대한 자외선 노출을 피하는 게 좋다.
◆ 피부증상 외에도 여러 증상 많아
루푸스는 대표적인 증상인 피부증상 외에도 다양한 증상들을 보여 진단을 내리기 쉽지 않은 병이다. 피부뿐만 아니라 관절과 근육, 신경조직, 신장, 폐, 심장 등 전신을 공격대상으로 삼으면서 몸 속 장기의 조직을 손상시키는 염증을 일으키고 통증을 유발하므로 관절염이나 단핵구증 등 유사한 질환으로 오진되는 경우도 많다.
루푸스의 주요 증상으로는 △관절통 △38도 이상의 발열 △관절염 △심한 피로감 △피부발진 △빈혈 △단백뇨 혹은 혈뇨 △심호흡 시 가슴 통증 △양쪽 볼에 나비모양 발진 △햇빛 노출 시 피부증상 발생 △심한 탈모 △비정상적 혈액응고 △레이노 현상 △경련 △입안이나 코에 궤양 등이 있으며 다른 병의 증상과 비슷한 데다 간헐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초기에 진단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검사법도 없다 보니 가족력이나 여러 가지 검사를 통해 종합적으로 진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미국 류머티즘학회에서는 위의 주요 증상 중에서 4가지 이상이 나타났거나 동시다발적인 현상이 아니라도 시간차를 두고 나타났다면 루푸스병을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대부분의 루푸스는 몇 개의 기관에만 병이 생기는 경미한 질환이지만 일부에서는 주요 장기를 침범해 합병증을 유발하여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하므로, 증상이 의심되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검사와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 건강한 식습관, 충분한 휴식, 자외선 노출 최소화
루푸스와 같은 자가면역질환의 대부분은 원인이 불명확한 만큼 완치가 어려운 난치성 질환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의의 지속적인 관찰과 치료가 필요하며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므로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환자 스스로도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꾸준히 치료하겠다는 의지와 여유로운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또한 증세가 호전됐다고 해서 약을 임의로 끊고 지낼 경우 증상은 악화될 소지가 높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전문의를 통한 관찰과 치료 외에도 스스로 몸의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생활습관을 갖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채소가 풍부하고 지방이 낮고 섬유질이 많은 식단을 따르는 것이 좋고, 평소 증상이 없을 때는 걷기나 수영과 같은 운동을 통해 건강을 챙긴다. 또한 몸이 피곤할 때는 충분한 수면을 통해 몸의 회복력을 높이도록 한다.
류마내과네트워크 고재기 원장은 “루푸스 환자의 경우 여름철과 같이 자외선이 강할 때에는 자외선 노출을 최소화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외출 시에는 직물이 조밀하게 짜인 옷을 입거나 모자나 양산을 준비해 다니는 게 좋고, 햇빛이 강한 2~3시에는 외출을 되도록 삼가는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