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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을 세계적 축제로 키운 사탕회사들의 놀라운 마케팅

레고가 할로윈 기념으로 제작한 블럭 15만 개를 들여 만든 드라큘라 백작
레고가 할로윈 기념으로 제작한 블럭 15만 개를 들여 만든 드라큘라 백작

할로윈 마케팅은 상술?.. 기업이 새로운 가치를 발굴한 마케팅 사례

기업이 상업적 목적으로 기념일을 만드는 건 흔한 마케팅 수법 중 한다. 밸런타인데이가 일본 제과업체 모리나가에 의해 성인을 기리는 축일에서 '연인 간에 초콜릿을 주고받는 날'로 변질된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며, '화이트 데이'역시 일본 전국사탕과자공업협동조합이 재고 처리를 위해 만든 기념일이다.  국내에서도 몇몇 업체가 '빼빼로 데이'와 '에이스 데이'라는 기념일을 만들어 1년에 몇 안 되는 '대목'으로 여기고 있다.

이러한 기념일은 흔히 '상술'로 폄하당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장된 옛 기념일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부활시키는 등 긍정적인 기능을 하는 경우도 있다. 가령 할로윈은 사탕 회사에 의해 '잊힌 명절'에서 전 세계적인 축제로 다시 태어났다. 사람들은 이를 잘 모르지만 말이다.

할로윈 (외래어 표기법을 따르면 '핼러윈'이 맞다.)은 본래 켈트족 전통 축제 사윈(Samhain)에서 기원한 기념일이다. 켈트족은 한 해 마지막 날이 되면 음식을 마련해 죽음의 신에게 제의를 올려 죽은 이들의 혼을 달래고 악령을 쫓았다. 이때 악형들이 해를 끼칠까 두려워한 사람들이 자신을 같은 악령으로 착각하도록 기괴한 모습으로 꾸미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것이 할로윈 분장 문화의 원형이 됐다.

본래 스코틀랜드-아일랜드인들이 주로 즐기는 축제였으나, 1840년 아일랜드 대기근으로 1백만 명에 달하는 아일랜드인이 미국으로 이주하자 미국 사회 내에서도 할로윈 문화가 서서히 퍼지기 시작했다. 이를 '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으로 대표되는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변형해 확산시킨 것은 M&N과 웰치와 같은 미국 사탕 회사였다. 본래는 어린이들이 사탕을 삥 뜯는(?)것이 아닌, 가난한 사람들에게 '영혼의 케이크' 나눠주는 자선 문화였다고 한다.

195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할로윈은 이주민들끼리만 즐기는 조촐한 민족 명절이었으나, 기업의 손이 닿은 1950년대 이후부턴 민족적 특색이나 종교색이 줄어들고, 선물, 의상, 장식과 같은 요소가 부각돼 파티 성격이 짙어졌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할로윈 시즌에 미국인이 지출하는 총 비용은 약 7조 9408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물론 이는 모두 기업 매출로 이어진다.

최근 몇 년 간 국내에서도 기업이 해외 기념일인 할로윈을 무리하게 끌어오려 한다는 비난이 적지 않다. 물론 이 같은 마케팅을 무조건 '상술'으로 폄하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기업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거나 발굴하려는 노력 없이 기존의 것을 답습하려는 태도를 고수한다는 점일 것이다.

정말 마케팅 능력이 있는 기업이라면, 국내 동남아시아나 중앙아시아 출신 이주민의 문화를 차용해 전국민적 문화 행사로 키울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일랜드 이주민의 명절을 할로윈으로 키운 미국이나, 카리브해 이주민의 문화를 '노팅힐 카니발'로 키운 영국의 사례가 있듯 그들의 문화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 않을까. 외국 명절을 그대로 가져와 즐기는 것 보단 훨씬 마음에 와 닿는 행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