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개월여간 증시를 쥐락펴락했던 개인 투자자들의 시장 주도력이 약화하는 대신 기관과 외국인이 주도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고려해 중ㆍ소형주 등 개인 선호주보다는 대형주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2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고객 예탁금은 이틀째 큰 폭으로 감소하며 14조7천43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15일 16조원대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불과 보름여 만에 1조3천억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간 셈이다.
고객 예탁금이란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맡긴 돈이나, 주식을 판 뒤 찾아가지 않는 돈을 말한다. 통상 고객 예탁금의 감소는 주식 매입을 위한 대기자금이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주식형펀드의 순자산총액은 같은 날 기준으로 95조9천723억원으로 전날보다 2조2천198억원 늘었고, 전체 펀드의 순자산총액은 2조7천608억원 늘어난 340조1천856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증시가 급반등하면서 펀드를 환매해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의 각종 정책 수혜주나 테마주 등에 직접투자했던 개인 투자자들이 최근 증시가 조정 분위기를 나타내자 다시 펀드를 찾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지난해 10월 말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이후 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영향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확대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전체 거래대금 가운데 개인들의 거래대금을 나눈 매매비중은 작년 9월 42.46%, 10월 50.84%에서 11월에는 62.84%로 급격하게 늘어났고, 12월에도 62.35%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1월 59.25%, 2월 58.22%, 3월 58.70%로 50%후반 수준을 유지한 개인 매매비중은 지난달 중순에는 70%를 넘어서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외국인과 기관의 시장 참여가 감소하면서 그 빈자리를 채운 개인들이 증시 주도권을 확실하게 틀어쥔 셈이다.
하지만 고객 예탁금 감소세에서 보듯 개인 투자자들의 직접 투자자금의 투입이 한계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에 `개미'들의 매매비중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또 최근 증시가 단기 급등 부담으로 조정 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점도 개인 투자자들을 관망세로 돌리거나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 회귀를 촉진해 기관 등이 증시의 새 주도세력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신증권 성진경 시장전략팀장은 "작년 11월 이후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을 주도했다면 이제는 다른 투자주체들의 시장 참여가 늘어나면서 기관이나 외국인이 증시 주도권을 갖게 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개인 선호주인 중ㆍ소형주보다는 대형주가 더 높은 상승률을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코스피지수는 개인 투자자들이 이틀째 매도 우위를 나타내며 7천480억원을 순매도했지만 기관과 외국인의 동반 매수 속에 2.31% 상승하며 개인 비중이 큰 코스닥지수(1.32%)보다 더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