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커플과 사내커플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그남자 그여자'에서 70대의 순정을 다룬 '그대를 사랑합니다', 제삼세계 가상의 부족민의 1020세대 남녀의 운명적인 불멸의 사랑을 다룬 '아킬라' 등 유난히 많은 연애와 사랑, 결혼을 다룬 연극과 뮤지컬이 쏟아지고 있는 가을, 약 20년을 아우르는 긴 시간의 연애와 결혼, 이혼과 재회를 다룬 뮤지컬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바로 뮤지컬 '두드림러브시즌2'.
지난해 시즌1에 이어 올가을 시즌2로 돌아온 김소향, '로미오와 줄리엣' 등을 통해 연기력과 가창력을 인정받은 뮤지컬계 신예 김승대를 만나 '두드림러브시즌2'(이하 '두드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공연이 끝나고 숨고르기도 미처 하지 못하고 인터뷰가 시작됐다. 박일곤-지니가 호흡을 맞춘 둘째날 공연 이후 오랜만에 처음 보게된 김승대-김소향 공연을 보고나니 작은 동작, 대사, 애드립 등등 바뀐 부분들이 많아 발전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 눈에 띄었고 터져나오는 궁금증으로 하나하나 꼬치꼬치 캐묻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먼저 지난 6일 공연에서 있었던 우연한 사고인 김기수 사고에 대해 물었다.
그날 게이바 마담으로 열연하며 지상록과 호흡을 맞추던 김기수가 그만 무대 밑으로 굴러떨어지는 사고를 당한 것. 당시 많은 관객은 숨소리를 죽이고 김기수를 지켜보았고 그 와중에도 앙상블 지상록은 "너 웃기려고 그러지"라는 애드립으로 상황을 만회하려고 했다. 다행히 김기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을 차리고 부축을 받아일어나 '웃겼어?'라며 지상록의 애드립을 받아쳤다.
당시 사고를 떠올리자 김승대와 김소향의 표정은 모두 어두워졌다.
"(김)기수 씨가 워낙 프로라서 크게 다치지 않는다면 계속 (공연을)할 거라 생각했지만 걱정이 많이 돼서 연기하는 데 미안했다"고 말문을 뗀 김소향은 "배우라는 직업이 정말 힘든 직업인 거 같다. 슬퍼서 울고 싶은 날도 목이 쉴까봐 울 수 없고 술 먹고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싶은 날도 그렇게 할 수 없다. 배우는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에 김승대가 "김기수 씨의 사고를 외면하고 계속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게 정말 미안했다"며 "공연 중 이런 사고는 늘 있는 일이지만 매번 내 자신이 너무 웃기고 자괴감, 회의감 같은 것이 든다"고 말을 이었다. 그는 "식구 같은 친한 형이 다쳤는데, 매일 살을 부딪히고 살았던 형이 다쳤는데 당시 첫번째 반응이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지, 이 장면을 어떻게 넘겨야 하지'라는 계산적인 머리가 먼저 돌아간다는 게 참… 인간이 참 못됐다는 생각도 든다"고 깊은 속내를 털어놓았다.
'두드림'의 주인공인 명훈과 수희는 모두 더블캐스팅, 공연은 서로서로 파트너를 바꿔서 진행하고 있어 다양한 커플의 공연을 골라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박일곤-지니 커플의 '두드림'은 가슴 아리고 눈물 나면서도 마음이 훈훈하고 따뜻한 드라마였다면, 김승대-김소향 커플의 연기는 발랄하고 재미있고 유쾌한 시간이었다. 박일곤이 좀 더 순수하고 어리바리한, 그러나 수희를 향한 사랑을 간직한 명훈이었다면 김승대의 명훈은 좀 더 재미있고 발랄하고 활력있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김기수의 몸사리지 않는 연기투혼과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능력은 정말 프로라는 찬사를 쏟아내게 했다.
각 자의 매력에 대해 묻자 김승대는 "너무 재미있는 게 지니 씨는 골격이 좀 있어도 오히려 선이 곱다. 김소향 씨는 이목구비가 진하고 강하게 생겼지만 두 사람 성격은 정 반대"라며 "지니 씨가 더 털털하고 남자 같다면 김소향 씨는 굉장히 여성스럽다. 두 가지를 왔다갔다 하면서 연기하는 게 재미있다"고 설명했다.
Q: 수희나 명훈에 대해 혹시 연출가가 요구하시는 특정된 캐릭터가 있는 건 아닌지?
김소향: 연출가가 어떻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건 없어요. 수희에 대해서는 '현재와 과거 정말 다르게 해달라. 귀여울 때는 정말 귀엽게, 확실히 구분지어 해달라'라고 하는 정도죠. 배우의 가능성을 많이 열어주시는 편이세요. 당부가 있으시다면 '늘어지지 말라' 그런 거 말고는 없어요.(웃음)
김승대: 명훈에 대해서 하신 말씀이신지는 모르겠는데요, 처음 제가 합류했을 때 하시는 말씀이 '다 공감할 수 있는 소재니까 어떤 캐릭터에 배우를 맞출려고 디랙션을 디테일하게 넣지 않겠다. 배우의 그때그때 직간접 경험을 살려서 다 다르게 해보고 싶다'라고 하셨어요. 부족한 부분이나 더 좋은 방법 있어도 처음에는 별 말씀 안 하셨어요. 제가 만들어가는 명훈에 진정성이 있다 생각하셨던 거 같아요. 무대에 서고 나서 나중에 한 마디씩 해주시더라고요.
Q: '두드림'라는 프리즘을 통해 관객을 만나고 관객과 호흡하는 김승대 김소향, 캐릭터와 닮은 점이 있다면?
김소향: 캐릭터와 닮은 점 엄청 많아요. 동료들이 매일 저를 악바리, 독종, 미친년이라고 했어요. 그러나 전 집에 가면 혼자 울고 잠도 못 자고 그랬어요. 은근히 소심한 성격이죠. 속은 약한 데 겉은 강한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는 것, 정말 똑같아요. 남자 앞에서 애교 떨다가도 성질 나면 버럭버럭 하는 것도 닮았고, 귀여운 척 하는 것도 많이 닮았어요.
김승대: 이번 작품에는 다른 어떤 작품보다 제가 많이 포함돼 있어요. 저는 캐릭터 안에 제가 있는걸 원하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제 안에 캐릭터가 있는 쪽으로 연기하고 있어요. 저의 나이 또래에서도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죠. 고전보다는 일상적인 삶 가운데서 느끼는 재미와 감동에 저를 많이 비추려고 했어요. 현재의 명훈이 저와 닮아 있지 않을까 싶네요.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이혼이라는 소재를 너무 무겁게 다루지 않으려고 많이 웃고 있는데요 실제 성격은 범사에 비판적이고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요. 그래야 상처를 덜 받더라고요. 이혼서류 같은 걸 받았다면 전 강물에 던져버렸을걸요.
Q: 이번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김소향: 수희는 제가 만들어낸 캐릭터예요. 물론 대본이 있었지만 시즌1 때 연출님과 제가 함께 이 캐릭터를 만들어냈어요. 초연을 해 본 배우라면 공감을 하겠지만 제가 만들어낸 캐릭터이기 때문에 시즌2에서 남이 하는걸 보고 싶지 않았죠. 시즌3가 나온다면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김승대: 이런 류의 작품은 처음이라 많은 매력을 느꼈어요. 이 작품은 세세하게 따져보면 연애할 때의 많은 요소가 다 나와있어요. 사랑할 때 좋아하고 설레는 감정만이 전부는 아니잖아요. 가슴 아파하고 싸우고 싫어하고 미워하는 모습도 있는데 이게 더 현실성이 있다고 봐요. 제가 인생을 아직 많이 안 살아봐서 모르지만 막 싸우면서 정이 든다고 하잖아요. 이번 작품에서도 사랑보다는 정을 많이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무대 위에서 까불고 지지고 볶고 하지만 나중에 두 사람의 아픔을 관객들과 더 많이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 싶고, 관객들이 봤을 때 '저 두 사람 정이 많이 들었구나'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