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바람났다. 아니, 남편이 먼저 바람났다.
남편만 바라보고 두 아이의 엄마로 한 남자의 아내로 십여년 동안 살아온 아내가 더이상 남편의 외도와 무관심을 참을 수 없어서, 더이상 엄마나 살림꾼으로만 살 수 없어서, 새로운 자신을 찾아, 새로운 사랑을 찾아 나선 것.
아내의 외도를 알게 된 남편은 그제서야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여자가 그동안 관계를 가졌던 여자들이 아닌 아내임을 깨닫게 되고 아내의 마음을 돌리려고 하지만 때는 이미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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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톰(이건명 분)과 아내 루시(조진아 분) |
이에 아내의 미행을 나선 남편 톰은 아내 루시의 애인 세바스찬이 룸메이트를 구하는 가난하지만 개성 강한 예술가임을 알고 그에게 접근, 그와 동거를 시작하며 코믹하고 황당하며 유쾌한 해프닝이 벌어진다.
얽히고 설킨 이들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걸까? 아내를 사랑하지만 심심풀이라고 생각하며 바람을 피우는 남편, 돈 많이 벌어서 갖다 주고 아내를 호강시키는 일이야 말로 남편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톰. 물질적인 풍요도 좋지만, 여자로서의 외로움과 소외감을 견딜 수 없는 아내, 유치하고 닭살 돋는 말이지만 '촉촉한 눈동자'라고 부르는 애인 세바스찬으로부터 존재감과 사랑을 느끼는 아내 루시. 개방적이고 자신의 꿈을 추구하는 예술가이지만 어느날 드디어 한 여자, 그것도 유부녀인 루시를 위해 정착하고자 하는 세바스찬, 자신의 스타일을 버리고 자유로운 삶을 버리고 연봉 높은 좋은 직장도 구하게 되지만, 루시와의 데이트는 자꾸 미뤄지고... 세바스찬도 제2의 톰이 되어가는 걸가? 애인의 변화에 루시의 반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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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시의 애인 보헤미안 예술가 세바스찬(이승원 분) |
세 사람이 엮어내는 결말은 그야말로 급반전인데다가 많은 이를 행복하게 하고 만족스럽게 할만한 해피엔딩.
이건명(톰), 조진아(루시), 이승원(세바스찬), 다들 아직 결혼 안 한 배우들이라고 하지만, 삶의 깊이와 캐릭터에 대한 이해로부터 우러나오는 연기, 마음과 감성을 자극하는 뮤직넘버는 관객들의 이목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외도라는 막장 소재를 다루었지만 톡톡 튀는 유머와 탄탄한 짜임새로 인간의 본질과 사랑을 재조명 해, 공연 내내 웃음과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고 함께 고민하게 만드는 뮤지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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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톰, 아내의 애인 세바스찬과의 동거를 시작하다 |
결혼 십년차의 이야기라고 하지만 현재 연애를 하고 있는 커플들의 이야기, 결혼한 부부들의 이야기, 이제 곧 결혼하게 될 커플들의 이야기, 즉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아닌듯 싶다.
이들은 서로를 사랑했다. 아내와 남편, 아내와 애인의 사랑뿐만 아니라 30대 중반 남자들의 우정도 값지다. 역시 사람은 사랑을 떠나서 살 수 없는 존재인가 보다. 서로 사랑해서 만나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서 떠나가고, 또 사랑하지만 방식이 달라서 헤어지고... 옛 드라마 제목이 생각난다. '사랑이 뭐길래'.
당신은 사랑하고 있는가? 사랑 때문에 아파하는가? 사랑하고 싶은가? 어떤 사랑을 원하는가? 사랑과 책임, 책임과 본성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뮤지컬 '더씽어바웃맨'을 한 번 보는 것은 어떨가? 생각을 조금만 바꿔도 인생은 많이 달라질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