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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뮤지컬 ‘웨딩싱어’, 너와 함께 늙는 것 근사할거야~

경기가 어려워서인가? 사랑을 주제로 하고 코믹한 요소를 가미한 작품들이 대체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듯하다.

뮤지컬 '웨딩싱어'도 로맨틱 코미디물로, 유명 작곡가를 꿈꾸는 결혼식 파티 가수(웨딩싱어) 로비 하트와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는 착하고 순수한 웨이스트리스 줄리아 굴리아, 줄리아의 남자친구이자 잘나가는 증권사 직원이지만 바람기 가득한 전형적인 '나쁜남자' 글렌 사이의 삼각관계를 다루고 있다.

웨딩파티에서 노래를 불러주며 신혼부부의 사랑이 영원하길 축복하며 누구보다 즐거워하는 남자주인공 로비하트(황정민 분), 그러나 정작 그는 자신의 결혼식에서 7년 사귄 여자친구 린다에게 버림 받고 사랑에 대한 모든 환상과 신념이 깨지고 실의에 빠져 살아간다. 줄리아(방진의 분)는 남자친구 글렌(이필승 분)이 돈은 잘 벌지만 마음과 감정에서 점점 멀어져감을 느끼고 결혼준비에조차 무관심함을 보이자 로비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렇게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나며 두 사람은 서로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데... 결과는 모든 이의 상상을 깨지 않고 로비와 줄리아의 결합이다.

어찌보면 전혀 새로운 것이 없을 거 같은 작품. 그러나 원작 영화를 봤던 사람이던 아니던, '웨딩싱어'에 끌리는 원인은 무엇일까?

◈ 여성 감성 자극하는 러브판타지

"'글렌'으로 대변되는 각박하고 메마른 삶 속에서 '로비' 같은 사람을 만나서 회복되는 따뜻함과 소박함을 이야기하고, 바쁘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진심을 들여다 보는 일의 중요성을 보여주고자 한다"라고 했던 최성신 연출의 말이 떠오른다.

여성은 80살이 넘어도 영원히 여자의 감성으로 살아간다. '웨딩싱어' 역시 이러한 여성의 감성에 더욱 초점을 맞췄고 모든 여성이 꿈꾸는 신델레라 이야기에 필요한 요소를 두루 갖추었다. 기타 치며 노래하는 로비의 직업은 더없이 낭만적이며, 현실에서는 찌질해 보일수 있는 어리바리한 캐릭터는 여성의 보호본능을 자극한다. 여기에 극적인 대조를 이루는 '나쁜남자' 글렌. 이 밖에도 줄리아가 고백을 하러 로비를 찾아가지만 돌아온 로비의 옛 여자친구 린다를 보며 오해하고, 글렌과 함께 라스베가스로 떠나는 스토리의 반전은 관객들을 더욱 극에 몰입하도록 끌어들인다.

◈ 화려한 볼거리와 뮤직넘버

또한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웨딩싱어'는 디스코 음악과 춤, 컬러풀한 반짝이 의상 등으로 그 시대 흥겨운 감성을 전달하며 오늘날 관객들에게도 활력소를 불어넣는다. 80년대 의상이라고 하지만 세련된 느낌을 더해 요의 대세인 복고풍으로 눈을 즐겁게 한다.

무대도 상황에 따라 때로는 아기자기한 집앞 골목으로, 때로는 화려한 예식장으로, 때로는 초라한 뒷골목으로, 때로는 치열한 증권사 사무실로 바뀌면서 극의 흐름에 일조했다. 뿐만 아니라 무대가 바뀌는 모습이 역동적으로 보여줘 극의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했다.

◈ 빛나는 조연과 화려한 앙상블

'웨딩싱어'의 또다른 재미 요소는 조연과 앙상블의 활약이다. 로비와 줄리아를 엮어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줄리아의 친구 홀리(김소향 분). 홀리는 때로는 앙증맞게 때로는 섹시하게, 때로는 강렬하게 다양한 매력을 선보인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1막 마지막 부분 '광란의 파티'에서의 파격적인 댄스와 물쇼다.

조연 중 또 한 명 일등공신이 있다면 바로 로비의 할머니. 할머니 역 양꽃님(양다영)은 귀엽고 푼수 같은 할머니의 모습을 보여주며 솔직하고 직설적인 대사(린다를 향한 독설)는 관객들의 가슴마저 후련하게 풀어준다. 특히 양다영은 파워풀하고 환상적인 랩을 소화하며 댄스까지(물론 대타다) 선보여 관객들의 눈과 귀를 고정시킨다. 할머니의 망가지는 모습 또한 귀엽다.

로비의 친구 새미(라준 분)는 유들유들하지만 뭔가 부족해보이는 듯한 캐릭터로, 특히 홀리와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며 '바보티'(babo)를 공개하는 장면은 정말 압권이다. 또한 최근 트렌드마냥 극마다 등장하는 게이 친구 조지(박정표 분)는 혐오스럽다기보다는 좀 더 유쾌하고 깜찍한 캐릭터로 등장, 웃음 바이러스를 퍼트린다. 이 밖에도 로비의 옛 여자친구 린다(류승주 분)도 극 중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다.

◈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로비가 할머니의 격려로 뒤늦게 줄리아를 찾아가고, 주례자와 여러 사람을 설득해 그녀의 결혼을 방해하는 장면은 약간 억지스런 느낌이 들었다. 원작에서는 기내 프러포즈였지만 무대에서 공연되는 만큰 공간적인 문제를 고려해 결혼식장 안에서의 프러포즈로 바뀌면서 약간 매끄럽지 않게 마무리된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극의 흐름과 감동에 영향 끼치지 않는다. 뮤지컬은 끝났어도 관객들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나의 소원은 너와 함께 늙는 것'...

니 마음 아플 땐 널 웃겨줄게
관절염에 시달릴 땐 업어줄게
나의 소원은 너와 함께 늙는 것
배탈이 났을 땐 약도 사주고
고장난 물건도 고칠게
근사할거야 너와 늙는 것
널 매일매일 내 곁에 두고 싶어서
제일제일 사랑하는 네게 다 양보해  -'웨딩싱어' 'Grow Old with You'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