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한 작은 양복점에서 시작해 지금은 대한민국 양복 중심지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명품 수제 양복점 운영하고 있는 봄바니에 장준영 대표가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맞춤양복점으로 시작해 지금은 드레스와 턱시도 제작을 비롯해 중저가 예복전문매장인 봄바니에 사옥을 남산에 마련하고 웨딩샵을 운영하면서 얼마 전 저가 브랜드인 보막스뉴욕을 론칭하는 등 사업을 확장하며 맞춤양복업계 장인으로 통하고 있는 것.
얼마 전 기자는 남산 중턱에 자리한 봄바니에 본사를 찾아갔다. 남산도로를 타고 길 옆에 자리한 봄바니에는 찾기도 쉬웠다. 웨딩샵은 저렴한 가격으로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달리 훨씬 고풍스럽고 우아했다.
◈ 봄바니에-특별한 날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을!
내년 3월 1일이면 장준영 대표가 양복점을 시작한 지도 40년. 명동에서 시작한 코스모스 양복점이 1992년 드레스와 턱시도를 제작해 롯데백화점에 납품하기 시작한 이후 2005년 여러 가지 조사와 연구 끝에 이름을 봄바니에로 개명, 브랜드화, 기업화를 꾀하고 있다는 장준영 대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지금도 여전히 코스모스에 많은 애착이 간다는 장 대표는 봄바니에란 '특별한 날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을 준다'는 뜻으로 이태리나 그리스에서 많이 사용된다고 뜻을 풀이해줬다.
◈ 맞춤양복으로 시작했다 지금은 웨딩드레스와 턱시도까지
양복점을 십년만 해도 웬만한 체형은 다 거쳐가기 때문에 시름놓고 편한 마음으로 옷을 만들어도 된다고 한다. 하지만 장 대표는 지금도 손님 앞에 서면 긴장되고 떨리는 마음, 손님이 가고 나면 속옷이 흠뻑 젖을 정도라고 하니 그의 프로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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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바니에 드레스와 턱시도(사진제공=봄바니에) |
"92년부터 롯데백화점에 드레스와 턱시도를 꽤 크게 많이 납품하기 시작했죠. 거기에 예식장이 4, 5관 정도 있는데 대부분 저희 제품이었어요. 시작 당시 턱시도는 100% 저희가 납품했고, 많은 물량을 납품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수제로 만들어서 공급하는 건 저희밖에 없어요. 대개는 기성복을 사서 자기 상호를 달거나 그렇지 직접 짤라서 디자인해서 가공해서 만드는 데는 거의 없어요"
"예전에는 사진관이나 미용실에서 드레스와 턱시도를 보관하고 있다가 결혼식 때 렌트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평생 옷을 만들어도 손님 앞에 서면 두렵고 떨리고 도망가고 싶은데 옷을 모르는 이들이 신랑 신부에게 그냥 입혀서 입장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죠. 요즘은 그런 게 많이 없어졌지만 92년 초기에는 그게 다반사였다구요. 그런 부분들이 안타까워서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시작하게 됐어요"
◈ 남산중턱에 러블리 웨딩샵 만들어!
장 대표는 92년도에 드레스와 턱시도를 납품하고 7, 8년이 지난 후 자신의 브랜드로 기업화, 전국화시키려는 꿈도 생겨 땅과 건물을 보러다녔다고 밝혔다.
결혼은 일생에 한 번뿐이기 때문에 신랑신분에게 새롭고 최상의 것으로, 저렴하게 서비스하고 싶다는 철학을 갖고 오늘까지 뛰어온 장준영 대표. 양복을 시작한 지 40년 되도록 매출에 대해서는 따로 생각하거나 계획한 적도 없다고 한다. 다만 고객 만족을 위해 노심초사하다보니깐 이윤이 따라서 오더라는 것.
때문에 그가 자사 건물을 생각했을 때는 위치나 컨셉트, 건물, 인테리어 등 하나하나에 더욱 신경 썼고 당시로서는 최고의 것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지금은 강남이 번화해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 청담동이나 압구정동에 있는 괜찮은 샵들이 강북권, 특히 용산권, 하얏트호텔 쪽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있어요. 신랑신부들도 시장 같은 분위기나 붕어빵 찍어내는 식의 결혼은 원치 않을 거잖아요. 그래서 전국 각지에서 올 때 교통편이 편리한 점,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자연경치가 아름다운 점 등을 감안했을 때 남산을 생각하게 됐고, 남산에서도 케이블카가 있는 데는 사람들이 너무 북적거리고 동선이 별로 안 좋다고 생각해 여기로 결정하게 된 거죠. 여기도 걸어서 와보고 차로도 와보고 대중교통도 이용해보고 7, 8년을 땅보러 다니면서 결정한 거예요. 당시 이 곳을 점 찍어 뒀지만 그때는 건물이 나타나지 않았고 뒤늦게 건물이 생겨 바로 샀어요. 여기가 원래는 여관이었는데 완전히 다 허물고 새로 지었어요"
◈ 옷쟁이라면 장인정신 잊지 말아야!
"저는 평생 옷쟁이이고 기능공이에요"
지금은 자사 건물도 있고 수제 명품 양복뿐 아니라 드레스 턱스도 등을 만들고 있는 봄바니에 대표지만 여전히 '나는 옷쟁이'란 주문을 외우고 산다는 게 장 대표의 고백이다.
"전 지금 서민은 아니예요. 그러나 서민의 심정과 사정을 잃어버리면 더이상 옷을 만들 수가 없어요. 저희 고객 중에 하이클래스가 많다고 하지만, 그들에게 옷을 해주는 것도 여전히 옷쟁이가 할 일이죠"
"때문에 전 매일 거울을 보면서 주문을 외워요. '넌 옷을 잘 만드니 옷이나 만들어'라고 말이죠. 옷을 잘 만들려면 장인 정신이 없어서는 안된다고 봐요. 제가 말하는 장인은 사위와 장인이란 관계에서의 장인이에요. 사위는 평생 손님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딸 가진 아비가 사위에게 '내 딸 잘 부탁한다'는 의미에서 사위에게 잘해줘야 하고 또 가장 어렵고 긴장되는 사람이라고요. 손님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죠. 10년, 20년, 30년 된 고객이라 할지라도 처음 왔을 때 그 긴장되고 잘해주려는 마음으로 정성들여 모셔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장 대표는 "'이걸 사면 이걸 줄게'라는 식의 '끼워팔기' 보다는 좋은 소재와 독특한 디자인에 정성스레 만든 최고 브랜드를 저렴한 가격에 준다면 그것이 고객을 위한 최고의 서비스"라고 소신을 밝혔다.
◈ 지금도 다리미는 직접 해
"예전에는 아주 오랫동안 옷을 만들기 전 집에서 먼저 디자인하고 자르고 기본 윤곽을 짜봤어요. 지금도 고객이 아주 비싼 기지를 선택하면 집에서 싼 기지로 먼저 대충 아웃라인을 만들어 그것을 손님에게 입혀 보고 다시 정식으로 만들죠. 공장에서 할 수 있는 부분도 때로는 제가 직접 다리미를 합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양복은 결국 선이에요. 허리선이 잘 살아야 실루엣이 사는데요, 선을 예쁘게 내는 것은 아이론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옷감에 따라 신축성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중요한 옷이라면 포인트가 되는 허리라인은 제가 직접 아이론을 들고 다리미해요"
"저는 40년 옷을 했지만 옷의 모든 것에 대해 다 알지는 못해요.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부분과 모르는 부분이 있어요. 그만큼 옷을 만들때면 항상 사생결단을 하는 겁니다"
◈ 고객분들 좀 더 믿음을 가지셨으면~
"옷을 하면서 여러 나라 손님을 많이 접해요. 외국분들은 '내 체구가 이렇게 생겼으니 소재와, 디자인을 알아서 맞춰주세요'라며 모두 맡겨요. 그러나 우리 나라 손님들은 오시기 전부터 모든 게 그려져 있어요. 밀라노에서 패션쇼 했다하면 인터넷에서 사진을 카피해 와서 '이걸로 해주세요'라고 해요. 솔직히 재단사는 각 사람의 피부색, 나이, 체형 등 모든 것을 고려해 디자인과 소재 등을 선택해요. 그러니 좀 더 믿고 맡기시는 게 좋으실 거예요. 잘못됐다 하면 하소연 할 데라도 있지 않아요?(웃음)"
"저희가 나이가 있다고 생각이 후지지 않았어요. 디자인을 하려면 물구나무식 발상이 아니면 힘들어요. 저는 항상 저희 디자이너들한테 '신부 드레스는 최대한 야하게 만들라'고 말하군 해요. 인생 최고의 날 튀면 어때요? 최대한 예쁘게 보여야 하는 거 아녜요? 근데 고객들이 소화를 못해낼가 봐 그렇게는 못하고 전체적으로 모던한 분위기로 가죠"
"그리고 저희는 치수를 잴 때 그것을 영구 보관해요. 현대인들은 너무 바쁘잖아요. 그러니 자꾸 오라고 할 수도 없고. 체형이 바뀌지만 않았다면 다시 방문하지 않고도 옷을 만들 수 있죠. 한가지 추가로 말씀드린다면 저희는 매번 옷을 할 때 조금씩 바꿔요. 똑같은 옷 두벌 갖고 있는 건 손님들도 원치 않을거예요. 크게 눈에 띄지 않게 바꾸는 것이지만 손님들이 입었을 땐 훨씬 달라진 모습이니깐 많이 좋아하고 계세요" (사진=김상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