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실종자들이 21일 만에 부대로 복귀하는 날.
경기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는 전우들의 마지막 귀환을 뜨거운 눈물로 맞았다.
15일 오후 6시20분께 사령부 의무대에는 검은 정복과 흰 장갑 차림의 영송병(의장대) 20명이 도열, 천안함 함미에서 발견된 수병들의 주검을 품에 안았다.
◇ '필승' 2함대 귀환 = 양측에 10명씩 도열한 영송병들은 실종 장병들이 앰뷸런스에 실려 의무대로 진입할 때마다 "받들어 총" "필승" 구령에 거수경례로 맞았다.
부사관과 여군 20여 명은 의무대 앞 7개의 흰색 천막 임시대기소에 있던 가족들을 앰뷸런스 앞까지 안내했다.
21일동안 애타게 기다렸던 실종 장병들이지만 가족들은 앰뷸런스에서 내려 검안실로 향하는 이들과 단 30초 정도밖에 재회할 수밖에 없었다.
검안에 참관하는 가족 대표 2명을 제외하고는 태극기에 싸여 얼굴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아들, 형제, 조카를 떠나 보내야 했다.
40~50분의 검안을 마친 실종 장병들은 의무대 옆에 설치된 임시안치소로 옮겨지기 직전 20초 정도 짧은 시간 동안 가족들의 배웅을 받고 또다시 차가운 냉동고로 옮겨졌다.
실종 장병들이 잠시 머물 임시안치소에는 '대한민국은 당신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려 이들을 위로할 뿐이었다. 군은 실종장병들을 맞이 하기 위해 냉동 컨테이너를 감쌀 가건물을 최근 설치했다.
◇ "내 새끼 살려내" 한없이 흐르는 눈물 = 고(故) 서대호(21)·방일민(24)·이상준(20) 하사가 도착하면서 안치절차는 본격 시작됐다.
의장대의 영접 속에 서 하사를 선두로 앰뷸런스에 실린 장병들이 검안을 위해 의무대로 들어섰다.
운구요원 6명이 태극기로 싸인 장병들의 시신을 의무대 내 검안소로 운구하는 순간, 의연하던 어머니들도 결국 오열했다.
서 하사의 어머니는 아들의 주검을 확인한 뒤 "우리 애가 기름 속에 있었는지 기름범벅이다. 시신이 왜 이렇게 새파란지 모르겠다"며 흐느꼈다.
서 하사의 부사관 동기들은 "죽어서라도 복귀 명령을 지킨 전우가 자랑스럽다"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강현구 병장(21)의 할머니도 "할미 아프지 말라고 그러던 아이인데… 어디를 가려고, 아이고 우리 새끼, 아까워 어쩌누"라며 "제대하기만 기다렸는디, 할미 죽고 가지. 뭐가 그리 급해. 무엇하러 해군 갔어"라고 목놓아 울었다.
◇ "나도 데려가" 탈진 환자 속출 = 이날 오후 8시20분께 의무대에 도착한 서승원 하사(21)를 맞은 어머니는 "아들, 아들, 안돼"를 외치다 끝내 탈진해 쓰러졌다.
눈물 범벅이 돼 쓰러졌던 서 하사의 어머니는 다행히 응급치료를 받고 20여 분만에 깨어났다.
박정훈 상병(22)의 어머니도 안치소로 실려가는 아들을 향해 "정훈아 엄마 여기 있어. 엄마 여기 있다고 정훈아. 엄마도 데려가"라며 통곡하다 갑자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목이 쉴대로 쉰 박 상병의 어머니는 힘에 부친듯 5분 여동안 바닥에 앉아 꼼짝하지 않았다. 주변에 있던 군 관계자들이 의무대 이송을 준비했지만 박 상병의 어머니는 다행히 가족들의 부축을 받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군은 탈진하는 가족들이 속출할 것에 대비해 검안실 옆 외과 동을 24시간 운영하는 한편 가족들을 위한 앰뷸런스 7대도 의무대 주변에 배치했다.
◇ "균석아 사랑해" 잊지 못할 내 연인 = 이날 오후 8시22분께 차균석 하사(21)의 시신이 검안실로 옮겨지고 10분뒤 이 곳에 도착한 여자친구 김모씨(23).
뒤늦게 도착한 그녀는 보이는 군 관계자마다 붙잡고 "(균석이)얼굴 한 번만 보게 해주세요. 얼굴 한 번만…"이라고 사정했다.
사정하고 또 사정했지만 이미 차 하사의 아버지 등 가족대표 2명이 검안실로 들어가 남자친구의 마지막 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다.
눈은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금새라도 터질듯 했다. 임시대기 천막에 모여있던 차 하사의 어머니를 확인하고, 달려가 어머니를 부둥켜 안고 오열했다.
1시간 뒤 검안을 마치고 나온 차 하사를 배웅한 김씨는 "균석아 사랑해"라는 마지막 말로 그를 떠나 보냈다.
천안함 침몰 당일 오후 9시16분까지 차 하사와 문자를 주고 받았던 김씨.
김씨는 "여느 때처럼 문자를 주고받다가 16분에 갑자기 (문자가)끊겨 이상해서 전화를 해보니 받지 않았다"고 말해 군이 발표한 침몰 시각이 잘못됐다는 점을 밝혀냈다.
김씨는 또 차 하사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그의 미니홈피에 담기도 했다. 그녀는 미니홈피에 '어디에 있든지 힘내자', '어디에 있든지 사랑해'라고 적었다.
◇ '시신이나마 돌아 왔으면…' = 2함대 의무대 앞은 싸늘한 주검이 돼 돌아온 실종 장병들을 맞이하는 가족들의 오열이 끊이지 않았지만 일부 가족들은 이 마저도 부러워 했다.
'비보'를 듣지 못한 가족들은 차라리 시신으로라도 발견되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또 한번 밤을 지새웠다.
군이 이날 인양된 함미에서 찾은 실종 장병은 36명. 앞서 발견된 남기훈·김태석 상사를 제외하면 8명의 실종장병을 찾지 못했다.
이창기 원사(40)와 최한권 상사(38), 박경수 중사(29), 박보람 하사(24), 장진선 하사(22), 박성균 하사(21), 강태민 일병(21), 정태준 이병(20) 등 8명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들은 당초 함미 내에 머물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한 실종자의 형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느냐"며 "동생의 이름이 불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