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직원들에게 석유화학업계의 포스코가 돼야 한다고 주문한다. 석유화학업계에도 시장 지배력을 가진 곳이 나올 수 있고 또 나와야 한다"
정범식 호남석유화학 사장은 29일 기자들과 북한산 산행 후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이같은 비전을 밝혔다.
정 사장은 "국내 석유화학업 규모가 철강업계보다 결코 작지 않은데 상대적으로 위상이 높지 않다"며 "철강업계는 포스코가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업계의 확실한 리더로 군림하고 있는데 반해 석유화학업계는 확실한 리더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 사장은 "현재 석유화학업계의 상위 7~8개 업체가 시장을 나눠갖고 있는 데 시장 지배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업체들의 규모가 지금보다 2~3배 커져야하고 또 그래야만 글로벌 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M&A에 대한 질문에 정 사장은 "동남아시아나 중동쪽에서 인수합병(M&A)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즈베키스탄이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가 석유화학사업 하기에 여건이 좋아 보인다"며 "회사의 對 중국 매출 비중이 25% 정도로 너무 높아 중국 쪽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유럽, 미국 쪽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 기회가 되면 일본도 괜찮다고 본다"고 M&A 가능성을 설명했다.
M&A 자금 여력에 대해서는 "미국 달러 기준으로 10억달러 정도 보유하고 있다. 부채비율이 50%로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부채비율을 100% 정도로 끌어올린다면 추가 조달도 가능"하지만 "현재로서는 10억달러 내외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KP케미칼과의 합병 건은 "대주주는 확실히 원하고 있지만 소액주주가 반대하면 할 수 없다"고 현 상태를 설명했다. 정 사장이 밝힌 현재 대주주 지분은 57%, 소액주주 지분은 43% 가량이다. 정 사장은 KP케미칼과 합병 이후 사명을 변경할 뜻도 전했다.
한편 대우인터내셔널 인수 불발에 대해서는 "지나간 일에 미련을 갖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정 사장은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에 초점을 두고 현재 회사가 갖추고 있는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로 내부적으로 많은 검토를 하고 있다"며 "사실 대우인터내셔널은 (호남석유화학이 영위하고 있는 사업 분야와 거리가 먼) 비유기적인 부문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로는 "롯데가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포스코가 너무 싼값에 인수했을텐데 롯데가 입찰에 참여해 인수 가격이 올라갔다"며 "한편으로는 국가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