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코스피가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탈퇴 가능성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 한국증시에도 직격탄을 날린 탓에 3%(58포인트) 넘게 폭락하면서 1840선으로 밀려났다.
외국인은 5천억원이 넘는 매물을 쏟아냈고, 삼성전자도 6% 넘게 급락했다.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58.43포인트(3.08%)나 폭락한 1,840.53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1월 9일(1,826.49) 이후 최저점이다. 또 3%가 넘는 하락률은 올들어 최고치며, 지난해 12월19일(-3.43%) 이후 처음이다.
이날 주가 폭락으로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도 전날 1천93조원에서 이날 1천59조원으로 줄어 하루사이에 무려 34조원이 날아갔다.
이날 지수는 0.65% 하락한 1886.69로 출발한 뒤 오후로 접어들면서 낙폭을 빠르게 확대했다.
그리스의 연립정부 구성 실패로 유럽 위기가 다시 증폭되자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그리스 연립정부 구성 협상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다음달 17일 2차 총선이 불가피해졌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그리스 정부가 당초 합의한 110억유로 규모 추가 긴축에 동의하지 않으면 더 이상의 구제금융 지원은 불가하다는 입장이어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도 가시화되고 있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가 확산돼 그리스 주요 은행에서 자금이탈(뱅크런) 조짐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소식이 시장에 퍼지며 투자심리를 급격히 악화시켰다.
중국의 경제지표 악화까지 겹치며 중국의 은행 지급준비율 인하 발표도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대외악재에 민감한 외국인이 대규모 매도 공세를 펼치며 지수 하락을 가속화시켰다.
외국인은 올들어 최대규모인 5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이날 특히 전기전자(IT) 업종을 집중적으로 내다 팔았다.
또 11일 연속 매도행진을 이어가며 지난 2009년 2월 17거래일 연속 매도 이후 최장기간 매도 공세를 펼치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이날까지 11일 연속으로 2조7천억원에 육박하는 매물을 던지며 주가 폭락을 주도하고 있다.
개인은 2천725억원, 기관은 404억원을 각각 순매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프로그램으로는 차익 1408억원 순매수, 비차익 972억원 순매도로 총 435억원어치 순매수가 이뤄졌다.
전업종이 하락했다. 전기전자는 무려 6.12% 급락했다.
운수창고도 4.03% 떨어졌고, 의료정밀(-3.29%), 운수장비(-3.29%), 철강금속(-2.38%), 기계(-2.26%), 유통업(-2.29%), 통신업(-2.23%) 등의 하락폭이 컸다.
음식료품, 종이목재, 화학, 의약품, 건설업, 금유업, 증권, 보험 등도 1% 이상 빠졌다.
전기가스(-0.46%) 등 경기방어업종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시가총액 상위종목들도 대부분 하락한 가운데 삼성전자의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외국인 투자심리가 악화된 상황에서 애플이 삼성전자 물량을 줄이고 엘피다에 대규모 모바일 D램 공급을 요청한다는 소문이 확산된 탓에 전날보다 6.18% 급락한 123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소식으로 인해 SK하이닉스 역시 8.89% 급락세를 보였다.
이밖에 LG전자(-3.70%), LG디스플레이(-4.52%), LG이노텍(-4.59%), 삼성SDI(-7.49%), 삼성전기(-7.11%), 삼성테크윈(-5.43%) 등 대형 IT주들이 3~7%대의 하락률을 나타냈다.
현대차가 3.99% 떨어진 것을 비롯해 기아차(3.96%), 현대모비스(3.28%) 등 '현대차 3인방'도 하락을 면치 못했다.
POSCO(-2.23%), 현대중공업(-1.38%), 신한지주(-1.12%), LG화학(-0.74%), 한국전력(-0.22%), KB금융(-1.34%), SK이노베이션(-2.52%), NHN(-2.16%), SK텔레콤(-2.56%), 삼성물산(-5.12%) 등이 동반 하락했다.
시총 50위권 내에서 오른 종목은 삼성생명(0.73%), 대한생명(0.15%) 뿐이었다.
주요 종목별로는 웅진코웨이가 SK네트웍스의 인수참여 소식으로 상승세를 보였고 정치테마주로 유명한 대영포장이 지난 1분기 실적개선 소식에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했다.
SK C&C가 하반기 신규 수주 확대 전망에 1.47% 올랐고, 한섬이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에 이틀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반면 우리금융이 민영화 불확실성이 커지며 3.81% 하락했고, 한진해운이 1분기 실적 악화 여파에 4.12% 밀려났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상한가 14개를 포함해 178개 종목이 올랐다. 하한가 3개 등 669개 종목이 빠졌으며 43개 종목은 보합을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15.49포인트(3.22%) 내린 465.01로 마감했다.
지난 4월9일 3.3%(16.61포인트) 하락한 이후 최대 낙폭이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시가총액 상위주들은 대체적으로 부진했다.
그동안 호조를 보였던 파라다이스(-7.02%)와 위메이드(-3.42%)는 차익매물이 흘러나오면서 각각 7.02% 3.42%의 하락했다.
대장주 셀트리온이 1.27% 하락했고, CJE&M(-3.23%)과 에스에프에이(-4.79%)가 각각 3%, 4% 넘게 밀렸다. 서울반도체(-1.64%), CJ오쇼핑(-1.05%), 동서(-1.38%)도 약세 마감했다.
반면, 다음(1.42%), 안랩(0.86%), 젬백스(1.24%) 등은 약세장에서도 상승세로 거래를 마쳤다.
주요 종목별로는 애플이 엘피다에서 모바일 D램을 주문할 것이라는 소문에 덕산하이메탈(-10.57%), 이오테크닉스(-6.15%), 아이씨디(-8.51%), 시그네틱스(-9.57%) 등 반도체 업종이 10% 안팎의 급락세를 기록했다.
에스맥(-6.85%), 이라이콤(-8.13%), 이녹스(-7.28%) 등 IT부품주도 5~7%대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네오위즈게임즈가 '피파온라인2' 재계약 불확실성에 10.43% 급락했고, 코데즈컴바인이 1분기 적자전환 소식에 10.62% 내려앉았다.
인포뱅크는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 실적을 발표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인포뱅크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91% 증가한 13억5000만원이다. 매출액은 55% 증가한 236억3000만원을 달성했다.
유니더스 역시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상한가를 기록했다.
에스티큐브는 노약자용 보행보조 로봇 보급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가격제한폭까지 올랐고, 보안전문업체 SGA(14.94%)도 임베디드 운영체제(OS)사업 성장을 위해 버스정보시스템 기업 인수를 추진 중이라는 소식에 상한가로 치솟았다.
이날 오른 종목은 상한가 6개 종목을 포함해 143개에 불과했다. 하한가 5개 종목을 포함해 무려 820개 종목이 하락했다. 보합을 기록한 종목은 34개다.
아시아 증시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1.12% 하락했고 대만 가권지수도 2.18% 내렸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21% 하락한 채 마감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11.60원 급등한 1,165.70원에 종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