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조동일 기자] 원·달러 환율이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탈퇴 가능성이 커지고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사태) 조짐까지 나타나면서 11원 넘게 급등, 1160원선을 넘어서며 연중 최고치로 치솟았다.
1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1.6원(1.01%) 급등한 1165.7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2월19일 1174.8원 이후 최고 수준이며, 올해 들어서는 최고치다.
이날 환율은 3.9원 오른 1158원에 출발한 뒤 오전 10시 전까지는 횡보파며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그리스에서 뱅크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상승폭을 확대해 단숨에 1160원대 중반까지 올라섰다.
전날 심리적 저항선인 1150원대를 넘어선 데 이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간밤에 그리스의 연립 정부 구성이 실패하며 그리스 유로존 탈퇴 우려가 더 커졌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그리스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그리스 대통령은 이날 "그리스 은행들로부터 예금자들이 14일(현지시간) 하루 동안 약 7억유로(약 1조732억원)을 인출해 나갔고 안전자산인 독일국채를 사겠다고 그리스 은행에 접수된 금액만 약 8억유로(약 1조1843억원)에 이른다"며 "현재 그리스 은행들은 매우 취약한 상황"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는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한 뒤 자국 통화였던 드라크마를 재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한 사람들이 대거 예금을 인출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유로화도 4개월내 최저치인 1.27달러 수준으로 급락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 5천억원이 넘는 매물을 던진 것도 환율에 영향을 미쳤다.
환율 추가 상승 여부는 우선 당국의 개입여부에 달렸다.
이날 외환당국은 일부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 물량만 내놓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1164원에서 1165원 부근에서 당국 개입으로 추정되는 매도가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