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조동일 기자]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2008년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해 최근 3년간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금융위기 이후에도 국내 외환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최근 글로벌 통화전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외환시장 안정화 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경제연구소가 금융위기 전후 각국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비교·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금융위기 당시(2007년 7월 1일∼2009년 6월 30일)에 이어 최근 기간(2010년 1월 1일∼2012년 12월 31일)에도 아시아 10개 통화 중 외환시장 변동성이 가장 높았다.
원화는 변동성 지표인 일별 대(對)달러 환율 변화율의 표준편차가 금융위기 이전(2005년 7월 1일∼2007년 6월 30일) 6.0%에서 금융위기 당시 22.0%까지 급상승해 변동성 수준이 아시아 1위였고, 이후 최근 3년 동안 10.4%까지 떨어지기는 했지만 아시아 10개 통화 중에서 여전히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對)달러 환율 변화율 표준편차는 전일 대비 금일 환율의 변동률로, 표준편차가 낮으면 변동성이 작고, 높으면 변동성이 크다는 뜻이다.
또 원화는 금융위기 이전 변동성이 전 세계 주요 37개 통화 중에서 25위였으나 위기 당시 5위까지 올랐고, 최근에는 17위까지 떨어졌으나 금융위기 이전 수준은 회복하지 못했다.
변동환율제를 도입하고 있는 전 세계 22개 주요 통화와 비교해도 원화는 표준편차가 금융위기 이전 21위에서 위기 당시 6위로 치솟은 뒤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16위 수준으로 원래의 모습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원화는 지난해 5월 말 대비 12월 말 달러화 대비 절상률이 10%로 세계 주요 20개 통화 중 멕시코(11.0%) 다음으로 높은 절상률을 기록할 정도로 변동성이 높았다.
이에 반해 아시아 지역 10개 통화의 평균 표준편차는 금융위기 전 4.3%에서 위기 당시 6.2%로 올랐다가 최근 3년간 5.0%로 떨어지는 등 우리나라와 달리 편차가 그리 크지 않다.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큰 것은 주요국과 비교해 작은 시장 규모, 달러화 편중 거래, 높은 외국인 거래 비중 등 취약한 구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특히 금융위기 당시에는 외국은행 국내 지점들이 차익거래인 외환스왑 등 파생상품거래를 통해 수익을 얻는 등의 영업행태를 보인 것도 국내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킨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그간 외환건전성 규제와 감독 강화로 외환시장 변동성이 많이 축소된 것도 사실"이라며 "이런 방법 외에 증권사의 외환거래 참여 유도, 개인의 국내 외환거래 참여 확대 유도, 원화결제 확대를 통한 원화 국제화 등도 아울러 추진하거나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