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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헌재, 이례적 공개변론으로 현대차 편들어주나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 박한철 재판관이 헌법재판소장에 취임하고 2개월 만에 헌법재판소가 이례적으로 비정규직법과 파견법에 대한 공개변론을 한다. 헌법재판소는 13일 오후 2시부터 기간제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기간제법)과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파견법)에서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법률(고용의제 조항)이 위헌인지 아닌지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한다.

지난 10년 동안 당연히 정규직으로 고용되어야 할 자리에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로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견디며 살아온 노동자들은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이는 파견법의 고용의제 조항에 대해서는 이미 2008년 예스코 사건에서 14명의 대법관 전원으로 구성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합헌임을 전제로 합법파견뿐만 아니라 불법파견도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어 현대자동차가 서울고등법원에 낸 '위헌심판법률제청'에 대해 2010년 11월 12일 서울고등법원은 이를 기각하면서 계약과 기업의 자유보다 노동자의 고용안정이 더 중요하다고 판결했다.

즉, 대법원에서 지방법원까지 어느 법관도 위헌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지 않았기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현대차의 헌법소원을 기각하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현대차와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요구를 받아들여 공개변론까지 열기로 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009년 동부지검장을 그만두고 4개월 동안 김앤장에서 4억원을 받은 박한철 재판관을 헌법재판소장으로 임명했습니다. 10년 동안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 사건을 담당해왔던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돈을 받고 일한 사람이 헌법재판소장으로 임명되고, 곧바로 현대차의 소원대로 파견법 6조3항 고용의제 조항에 대한 공개변론을 연 것이다. 이는 일본 국가대표 출신이 한국과 일본의 월드컵 축구 경기의 주심을 보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일본에서 돈을 받고 일했지만 공정하게 심판을 보겠다는 주장을 믿을 국민은 아무도 없다.

이번 공개변론은 현대자동차 울산, 아산과 금호타이어, 인터콘티넨탈 호텔이 요청했는데, 4일 김앤장은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노사가 합의할 것이라며 헌법소원을 철회했다. 6일 헌재에 접수된 청구이유 보충서에 "금속노조는 노조원만을 집단소송의 원고로 참여시키겠다고 공언하면서 세 불리기에 여념이 없다"며 이번 공개변론을 금속노조로 몰아가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을 앞두고 파견법의 6조 3항에 따라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정말 다양한 산업과 직종에서 일하고 있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룸메이드로 일한 노동자들은 고등법원에서 정규직이라는 판결을 받았고, 대법원 판결을 거쳐 꿈에 그리던 정규직으로 돌아갈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서비스, 공공, 제조업 등 전 산업분야에서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견법 6조 3항에 따라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와 김앤장은 파견법이 계약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기업이 노동자와 자유롭게 계약을 맺는 것이므로, 시급을 1000원을 주든, 1만원을 주든 상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재벌의 주장대로라면 최저임금법도 위헌 대상이 되어야 한다. 현대차와 김앤장은 파견법이 기업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노동자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므로, 평생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을 시키든, 어린이에게 노동을 시키든, 임산부에게 위험한 야간 노동을 시키든 상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재벌의 주장대로라면 근로기준법의 수많은 조항들도 모두 위헌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