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한국 부자' 다시 늘어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둔화되었던 한국 부자의 증가율이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매년 한국 부자에 대한 종합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는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13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이나 기타 실물자산 이외에 금융자산만 10억원이 넘는 '한국 부자' 는 2011년 14만2000명에서 2012년 16만3000명으로 14.8% 늘었다. 이는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며 둔화되었던 2011년 증가율(8.9%)보다 다소 높아진 수치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7만8000명으로 전국 부자 수의 48%를 차지한 가운데, 인구 대비 부자 수 비율도 0.77%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2009년 이후 한국 부자 수는 연평균 14.9% 증가한 반면, 서울은 13.7% 증가해 전국 평균보다 낮은 증가율을 보였고, 울산은 19.6% 증가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서울 부자 중 강남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의 비중은 2009년 39.2%에서 2012년 37.6%로 하락하며 부자의 지역적 쏠림 현상이 다소 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한국 부자의 자산운용 실태를 분석한 결과, 부동산 비중이 총자산의 55%로 금융 및 기타자산에 비해 높은 수준이지만 지난해(58%)에 비해서는 부동산 비중이 소폭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투자 대상은 상가·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을 선호하여 시세차익보다 정기적 임대소득에 무게를 두는 투자행태가 두드러지고 있으며, 투자용 주택을 임대하고 있는 경우 전세보다 월세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향후 월세로의 전환 의향도 높게 나타났다.

최근 부동산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향후 가장 수익률이 좋을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처로 3명 중 1명이 국내부동산을 꼽았으며, 서울 부자를 중심으로 해외부동산이나 해외 펀드 등을 유망한 투자처로 예상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산관리를 위한 관심사 역시 1순위로 부동산 투자정보를 꼽았으며, 중국, 인도, 베트남 등 아시아 신흥개발국을 중심으로 해외투자 정보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 지속으로 인해 한국 부자의 '안정추구' 투자성향은 증가했지만, 손실 위험을 전혀 지지 않으려는 극단적 안전투자 성향은 지난해보다 감소하여 저금리에 따른 투자수익 감소에서 벗어나려는 경향이 확대됐다. 상속 및 증여 대상으로 '손자녀'를 고려하는 비율이 증가해 3대까지 안정적으로 부를 이전하고자 하는 니즈가 커졌으며, 신탁법 개정 등 제도 변화와 함께 상속 및 증여 방법으로 '보험', '부동산신탁', '재산신탁' 등을 고려하는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사회와 관련된 인식 면에서, 성장과 복지 모두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으며, 복지 중에서는 선택적 복지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한편, 교육·취업, 언론, 사법, 조세 등과 관련된 사회의 '공정성' 에 대해서는 일반인에 비해 공정하다고 인식하는 비율이 높았으며, 본인 노력을 통한 사회 계층간 이동 가능성도 일반인에 비해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현곤 KB경영연구소 팀장은 "최근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과 저금리 환경에 따라 부자들도 자산관리에 대한 자신감이 과거보다 약해져 전문적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요구와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