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하나SK카드와 외환은행 카드부문의 통합을 추진하면서 외환은행에 자본금 7000억원 출연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영업양도' 등 다른 방식을 택할 경우 외환은행은 1조원 상당의 매각대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인데도 오히려 7000억원 출연을 요구한 것은 하나SK카드의 부실 해결을 위해 외환은행의 건전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처사라는 지적도 가능한 대목이다.
28일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하나지주는 TF팀을 통해 카드통합을 추진하면서 외환은행 카드부문의 무상이전이 불가피한 '인적 분할' 방식을 선택한 데 이어 최근 외환은행에 자본금 7000억원의 출연을 요구한 상태다.
하나지주의 이러한 요구는 현재 하나SK카드가 여신전문금융업법이 정한 자산 대비 자기자본 기준(1/6)에 현저히 미달한 데서 비롯됐다. 하나SK카드는 총자산 7조원이 대부분 부채로 이뤄져 있고 자기자본은 6800억원에 불과, 6분의 1은커녕 10분의 1에도 미달한 상태다.
합병 카드사 자산을 8조5000억원으로 가정하고, 하나카드의 기존 자본금에 7000억원을 더하면 '1/6'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이 출연금 요구의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하나지주 경영진 일각의 왜곡된 주장과 달리 외환카드는 충성도 높은 고객과 저렴한 자본조달비용을 바탕으로 견실한 흑자성장을 거듭해온 반면, 하나SK카드는 오직 '시장 점유율'에만 집착한 물량공세에도 불구하고 만성적인 적자로 시장점유율마저 7%에서 4.5%로 오히려 떨어진 상태다"며 "그런데도 지금도 하나지주가 제시하고 있는 유일한 통합명분은 시장점유율이다"고 지적했다.
▲ 하나·외환 카드부문 실적. (단위=백만원) |
노조 관계자는 특히 "지난 4월 주식교환 과정에서 외환은행은 매수청구 주식 매입을 명목으로 이미 하나지주에 4940억원의 현금을 강탈당한 바 있다"며 "금융위기 대비에는 관심도 없고 지주사 경영독재 및 부실자회사 생명연장을 위해 건실한 외환은행 자산 1조2000억원을 강탈하는 것이 하나지주의 실체다"고 밝혔다.
외환은행 노조는 27일 카드통합 중단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금융위에 제출한 데 이어 28일 성명을 발표하는 등 투쟁수위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