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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건강 악화'…삼성 경영에 변수되나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간밤에 심장마비 증세로 병원으로 긴급 호송돼 건강 악화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11일 오전 현재 안정을 되찾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심장마비 증세로 심폐소생술(CPR)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져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10일 평소처럼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머물던 이 회장은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 증상으로 밤 10시50분께 인근 순천향대병원 응급실로 호송됐다.

응급실 도착 직후 급성 심근경색이라는 진단을 받은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받은 뒤 11일 0시 15분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 심장의 좁아진 혈관을 넓혀주는 스텐트(stent) 삽입 시술을 받았다.

시술 후 이 회장은 안정을 찾아 회복 중이라고 삼성그룹은 전했다.

이 회장이 호흡기 문제로 입원해 치료를 받은 적은 있으나 심장마비가 와서 심폐소생술을 받은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평소 크고 작은 건강 문제가 생길 때마다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던 이 회장이 처음 순천향대병원을 찾은 것이 간밤의 긴박했던 상황을 암시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1942년생으로 올해 만 72세인 이 회장은 폐 부분의 림프암이 발병해 1999년 말∼2000년 초 미국 MD앤더슨 암센터에서 수술과 치료를 받은 바 있다.

이 회장은 수술 후 재발을 막고자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있으며, 의료진의 권유로 매년 겨울이면 기후가 따뜻한 해외에서 지내며 건강관리를 해오고 있다.

올해도 1월 초 신년행사 후 출국해 3개월가량 해외에 머물면서 요양과 경영구상을 하다 지난달 17일 귀국했다.

이 회장은 국외로 나갔다 올 때마다 하루 이틀씩 병원에서 건강의 이상 유무를 체크하는 등 꼼꼼하게 건강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감기 등이 호흡기 질환으로 번지면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8월에도 감기가 폐렴 증상으로 발전하면서 열흘 정도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앞서 2009년 3월에 기관지염으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나흘간 치료받았으며, 2008년 1월에도 독감으로 1주일 이상 입원한 바 있다.

언론에 보도된 것만 이정도일 뿐 알려지지 않은 크고 작은 치료나 건강 검진 사례는 훨씬 빈번하다는 것이 삼성 주변의 얘기다.

이 회장은 이처럼 취약한 건강 때문에 끊임없는 건강 악화설에 휘말리고 있다.

한번은 한남동 집 주변에 집 주변에 구급차가 서 있는 것 때문에 이 회장이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는 헛소문이 돌면서 소동을 빚은 적도 있다.

지난해 병원 입원 때는 신경영 20주년 기념 만찬을 연기해 위독설로 번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퇴원 직후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10대 그룹 총수와의 간담회에 참석하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열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 참석하는 등 굵직한 대외활동을 재개해 건강에 대한 우려를 누그러뜨렸다.

이후 이 회장의 건강 문제는 수그러드는 듯했으나, 이번 심장마비 증세로 인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됐다.

삼성그룹은 최근 모태기업인 제일모직[001300]과 삼성SDI[006400]의 합병을 추진하는 등 주요 계열사를 쪼개고 붙이는 대대적인 사업구조 재편이 한창이다. 삼성생명[032830] 금융 계열사에서는 대규모 인력감축과 지분 조정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불황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삼성전자[005930]의 스마트폰 사업의 뒤를 이을 신성장 동력을 찾고 그룹 전반의 체질을 새롭게 바꾸기 위한 작업도 하고 있다.

'마하(Mach) 경영'으로 불리는 이러한 경영 혁신 작업은 이 회장의 뜻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삼성그룹 경영의 불확실성으로 상존해온 이 회장의 건강 문제가 이후 경영에 변화를 초래하는 변수가 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