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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의 건강 악화는 중대한 경영 변수로 받아들여져 해당 기업의 주가를 출렁이게 한다. '경영권 승계'라는 예민한 사안과도 맞물려 기업경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평소 극진한 건강관리를 받던 이 회장이 이번에 심폐소생술 등을 거쳐 가까스로 '고비'를 넘긴 사례는 다른 유력 기업의 총수들에게도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일부 대기업 총수들은 고령으로, 또 다른 일부 총수들은 형사사건 연루 등 각종 경영 악재를 겪으면서 건강이 나빠져 해당 기업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조석래(79) 효성그룹 회장과 이호진(52) 전 태광그룹 회장은 암으로 투병 중이다. 2010년 담낭암 말기 판정을 받아 절제 수술을 받은 조 회장은 최근 조세포탈 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기소됐다.
수사 단계에서 20년 넘게 앓아 온 심장 부정맥 증상이 악화돼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2011년 간암 3기 판정을 받은 이 전 회장은 3년째 병석에 누워 있고, 간 이식을 받기 위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수감생활을 겪은 김승연(62) 한화그룹 회장도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출소 이후 신병 치료차 미국으로 출국, 한 달여간 머물다가 최근 귀국한 김 회장은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수감생활중 만성 폐질환과 당뇨가 악화되고 우울증과 섬망 증세 등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CJ그룹 역시 총수의 건강에 대한 걱정이 크다.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인 이재현(54) CJ 회장은 운동 및 감각신경이 손상하면 생기는 희귀질환인 샤르코-마리-투스병(CMT)을 앓아 왔다.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뒤 거부반응을 줄이기 위해 계속 면역 억제제를 투약하고 있으며 그 사이 체중도 10㎏ 이상 빠졌다.
게다가 이달 초 구속집행정지 연장 신청이 기각돼 서울구치소에 재수감됐기 때문에 이 회장의 질환이 더 심각해지지 않을지 CJ그룹은 우려하고 있다.
정몽구(76)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3월 유럽과 중국 출장을 잇따라 다녀오는 등 대내외 활동을 의욕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건강이 그만큼 괜찮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 회장도 2010년께 국내 한 종합병원에서 정기검진을 받은 뒤 심장에서 점액종이 발견돼 제거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2006년 비자금 사건으로 수감돼 2개월 만에 풀려났을 때도 협심증과 고혈압 진단 등이 나온 바 있다.
창업 1세대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신격호(92)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매년 5월 첫째주 일요일에 신 회장의 고향인 울산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에서 열어온 고향잔치도 올해에는 연기됐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추모 분위기도 있지만 신 회장 건강까지 고려한 조치다. 그렇더라도 신 회장은 매일 업무보고를 받을 정도로 정정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찬(92) 코오롱그룹 회장은 고령인 만큼 대외활동이 활발하지 않지만, 지인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등 취미활동을 하며 지내고 있다. 지난달에는 코오롱그룹 오운문화재단이 개최한 제14회 우정선행상 시상식에도 참석했다.
구자경(89) LG그룹 명예회장 역시 공개 석상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편이나, 8일 천안연암대학 개교 40주년 기념비 제막식에 참석해 학교를 둘러보기도 했다.
구본무(69) LG그룹 회장은 평소 걷기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