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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일보 김진규 기자] 천문학적 규모의 기업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덕수(64) 전 STX그룹 회장이 11일 법정에서 "개인적인 이득을 취한 것이 아니라 기업의 회생을 위해 노력한 것"이라며 자신에 대한 공소사실 대부분을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김종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강 전 회장 변호인은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 일부만 인정하고 나머지 횡령, 분식회계 등의 혐의는 아예 몰랐거나 범행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강 전회장은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려면 STX조선해양에 대해 회생을 신청했을 것"이라며 "정권 초기에 충격을 발생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만 우선적으로 생각해 이해관계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희생했다"고 항변했다.
강 전 회장 측 변호인도 역시 "STX그룹은 조선, 해운, 에너지, 건설 등의 사업을 수직 계열화해 시너지 효과를 냈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2010년 유럽 재정위기로 수직 계열화가 오히려 경영난을 가중했다"며 "경영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고통을 분담해 모든 계열사가 공존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서도 "강 전회장은 분식회계 지시를 내린 적도 없고 분식회계가 이뤄진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했다"고 부인했다.
강 전 회장은 재판장이 기회를 주자 돋보기를 쓰고 직접 써온 서면을 5분여간 읽어내렸다. 감정에 북받친 듯 이따금 목이 메였다.
그는 "STX그룹 회장으로서 회사를 제대로 경영하지 못해 채권 은행과 임직원들에게 고통을 준 데 대해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회사 정상화를 위해 열심히 일한 임직원들을 같이 법정에 서게 한 것은 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 전 회장은 "나 혼자 희생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해 재산 전부를 채권단에 맡겼다"며 "잘못한 부분은 달게 처벌받겠지만, 오로지 그룹 회생을 위해 노력한 점 깊이 혜량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