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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 칼퇴' 환영 vs '편법' 우려

단축

300인 이상 기업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된 이후 출근 첫날인 2일 직장인들은 칼퇴근에 만족감을 보이면서도 '편법' 근무에 대한 우려를 보였다.

300인 이상 기업 대다수는 이날부터 출근 시간을 오전 8∼9시로 늦추고, 퇴근 시간을 오후 5∼6시로 앞당기며 주 52시간 근무제를 본격 시행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조모(32)씨는 "9시 출근이라 여유롭게 집에서 나왔다"며 "한 달 전이면 지각할까봐 뛰어야 할 시간에 나왔다. 오늘은 카페에 들러 커피도 한잔 샀다"고 말했다.

조씨는 "오후 6시에 퇴근해서 아내와 함께 외식하기로 했다"며 "국가가 나서서 근로시간을 줄여준 것이 감사하다. 이제 우리나라 국민도 앞만 보고 달리는 삶에서 벗어나 옆과 뒤도 돌아보는 여유로운 삶을 살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대형 건설사에 다니는 최모(33)씨는 "퇴근 시간이면 회사 컴퓨터가 강제로 꺼져 일을 더 할 수가 없다"며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원래 퇴근 시간 이후에는 안 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했다.

7년차 직장인 강모(29)씨는 "회사 컴퓨터에 로그인한 지 8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차단되는 프로그램이 설치됐다"며 "연장근무를 따로 신청할 수 있지만, 사실상 야근은 없어진 것"이라며 환영했다.

하지만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정착할 수 있을지, 회사가 '편법'으로 일을 더 시키지 않을지 우려했다.

이모(31·여)씨는 "회사에서는 오후 6시 퇴근하라고 하지만, 결국 일이 있으면 집에 가서 해야한다"며 "예전에는 일이 많으면 수당을 받고 더 일했지만, 이제는 수당 없이 일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돈 안 받고 일하는 자원봉사하지 마라', '52시간 넘으면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라'고 쉽게 말한다"며 "이제 3년차 직원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아닌 것 같다"고 호소했다.

전모(30)씨는 "원래 야근을 자주 했는데 회사가 어떤 '꼼수'를 만들어낼지 걱정이 된다"면서 "근무시간 중 잠시 담배를 피우러 나갈 때도 기록을 하게 했다. 회사가 직원들의 모든 행동을 감시할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양모(33)씨는 "과연 한 달 뒤에도 '칼퇴근(정시퇴근)'을 할 수 있느냐는 생각이 든다"며 "신입사원을 새로 뽑지도 않은 상황에서 업무시간만 줄어들면 업무 강도가 늘어나고 결국 업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