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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과 행복한 삶, 종교지도자에게 듣다

-성공회 윤종모 주교와 불교 마가 스님과의 일문일답
-명상이 내면의 평화와 안정에 큰 도움 줘
-지금 만나는 사람을 부처님으로 대우하면 행복꽃 피어나

[자비명상대표 마가스님, 성공회 윤종모 주교]
[자비명상대표 마가스님, 성공회 윤종모 주교]

복잡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명상은 단순히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 이상의 큰 의미가 있다. 종교지도자들은 현대인들이 명상을 통해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영성과 명상의 종교지도자로 많은 가르침을 전파하는 대한성공회 윤종모 주교와 자비의 명상 대표 마가 스님을 만나 명상에 대해 들어봤다.

-현시대의 종교란 어떤 의미가 있나요?

▶마가 스님: 괴롭고 힘든 사람들의 의지처가 종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종교가 바로 서야 사람들의 의지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종교가 오히려 그들을 힘들게 하는 경우도 적잖게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종교가 때로는 욕심을 억제하기보다는 부추기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종교 기관 내의 물질주의와 부패에 대한 실망으로 종교를 떠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종교는 지친 마음을 쉬고 충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윤종모 주교: 4차 산업혁명으로 디지털 문명이 발달할수록 인간들의 정신세계는 더욱 황폐해지고 있습니다. 종교는 과거나 현재, 미래에도 여전히 중요하지만, 격식과 교리 중심의 종교는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영성이 강조되고 있는 시대가 될 텐데요. 앞으로 기독교든 불교든 현대인들이 갈망하는 영성을 어떻게 잘 개발하고 인간의 정신을 어떻게 풍요롭게 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 종교의 가치와 미래가 결정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전통적인 종교에서 바뀌어야 합니다.

[대한성공회 윤종모 주교]
[대한성공회 윤종모 주교]

-영성이란 무엇인가요?

▶윤종모 주교: 영성이란 결국은 이 세상의 가치관으로 사는 자기를 초월하는, 즉 세상 적인 삶을 초월하는 좀 더 높은 차원의 정신세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성이라는 것은 종교마다 주장하는 것이 다른데요. 기독교는 하나님의 형상이 인간에게 있으며 이것을 개발하는 것이 영성이라고 말합니다. 불교에서는 영성을 불성이라고 말하는데요. 일반적으로 말하면 좀 더 높은 차원의 정신세계로 세속을 초월하는 가치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명상이란 무엇인가요?

▶마가 스님: 각 종교에는 여러 방법의 명상들이 존재합니다. 명상은 밖으로 향하는 마음을 내면으로 향하게 합니다. 내 안의 부처, 내 안의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명상을 통해 가능합니다.

소유를 많이 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자살률과 이혼율이 증가하고 중독환자들이 늘어나고 폭력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정신적인 결핍을 내면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계기가 바로 명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밥은 육체를 살찌우고 명상은 마음을 살찌웁니다. 입가에 미소를 머금는 순간 기분이 좋아집니다.

▶윤종모 주교: 명상이라고 하면 바쁜 이 세상에서 잠시 쉬는 것입니다. 번잡하고 복잡한 생각을 잠시 멈추고 내면의 고요함을 훈련하는 것입니다. 어떤 주제를 가지고 깊이 성찰해서 깨달음을 얻는 것입니다. 불교나 기독교나 내용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근본은 이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종교는 사실 명상을 다 하고 있어요. 기독교에서는 ‘명상’이라고 하면 불교나 인도 명상을 주로 떠올리는데 기독교의 영성 수련이 바로 기독교 명상입니다.

[자비명상 대표 마가 스님]
[자비명상 대표 마가 스님]

-명상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요?

▶마가 스님: 명상을 하고 싶고 경험하고 싶은데 어디서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먼저 ‘명상을 왜 하려고 하는가?, 왜 나는 명상이 필요한가?’를 자각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주로 불안한 마음을 편안하게 다스리는 목적으로 명상을 하게 되는데요. 지금 이 순간 뭘 찾거나 뭐에 의지한다는 마음을 버리고 지금 현재 깨어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명상의 좋은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굴레에서 벗어나 지금 현재 임재(臨在)하는 것, 여기에 머무는 겁니다. 그냥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그 1초의 명상이 밖으로 향하는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줍니다. 문제로부터 잠시 떠나보는 게 좋은 명상법입니다. 문제를 문제 삼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행복과 불행은 모두 내가 만드는 것입니다.

[성공회대학교 새천년관에서 ‘명상과 치유’라는 과목으로 강의하는 윤종모 주교]
[성공회대학교 새천년관에서 ‘명상과 치유’라는 과목으로 강의하는 윤종모 주교]

-마음의 병이 있는 현대인들이 많은데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요?

▶윤종모 주교: 행복은 외적인 면과 내적인 면이 있습니다. 외적인 면은 돈, 성공, 인간관계의 만족에서 오고, 내적인 면은 삶에 대한 감사와 만족에서 옵니다. 외적인 면은 수시로 변할 수 있어서 행복의 진정한 척도가 되기 어렵습니다. 행복의 참된 척도는 내면의 마음에 달려 있는데 이것은 마음공부가 필요합니다.

명상은 마음공부를 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됩니다. 마음공부로 감사하는 법, 만족하는 법,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 법 등의 훈련이 필요합니다. 내면에 행복한 마음과 태도를 마련해놓으면 아무도 빼앗아갈 수 없습니다.

▶마가 스님: 모든 것은 남과 비교하는 것으로부터 불안해지고 답답해집니다. 온전히 ‘내 인생의 주인은 나다.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무슨 씨앗을 심고 있는가?’ 아하! 지금 깨어 있는 마음이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한 삶을 사는 지름길이다’라고 생각합니다.

"더 안 좋은 상황이 올 수도 있는데 그래도 이만해서 감사하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그 속에 답이 보입니다. 연꽃이 진흙과 구정물에 물들지 않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듯이 내가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지금 만나는 사람을 부처님으로 대우하면 행복꽃은 피어납니다.

[길상사 일요법회에서 ‘내 인생의 문제를 푸는 열쇠! 미고사’라는 주제로 설법하는 자비명상대표 마가스님]
[길상사 일요법회에서 ‘내 인생의 문제를 푸는 열쇠! 미고사’라는 주제로 설법하는 자비명상대표 마가스님]

-세계 평화를 위해서 종교인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요?

▶윤종모 주교: 기독교든 불교든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사랑과 자비입니다. 사랑과 자비는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한 연민과 존중의 정신입니다. 그런데 종교가 주는 영향력이 예전과 달라서 이런 가르침이 사람들에게 파고들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정치적인 목적을 가진 사람들에겐 그게 더 통하지 않아서 무척 안타깝습니다. 종교인들이 사랑과 자비의 정신을 널리 행복한 삶을 살도록 모든 힘을 보태야 합니다.

▶마가 스님: 사람은 동물적인 성향이 내재 되어 있어서 이기심의 극대화로 서로 갈등과 대립, 분쟁이 일어납니다. 대승불교의 근본정신은 ‘너와 내가 둘이 아니고 하나다’라는 자타불이(自他不二) 정신입니다. 동체대비(同體大悲), 즉 ‘너는 나의 일부분이다’라고 하는 의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종교가 바로 그 역할을 해야 만이 세계 평화가 올 것 같습니다.

내가 편안하면 서로 공존하고, 내가 불편하면 서로 갈등을 빚습니다. 종교인은 소금과 목탁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자녀가 되면 세계 평화가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