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이 하루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안과 긴장의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미국의 압박에 이란이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라는 강수로 맞서면서 이란 핵위기까지 재점화됐기 때문이다.
이런 중동의 혼돈이 시작된 가장 직접적인 출발점을 되짚어 보면 2018년 5월 미국 정부의 일방적인 핵합의 파기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체로 모인다.
이란에 적대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이란이 핵무기를 여전히 몰래 제조한다는 근본적인 불신을 버리지 못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의 핵합의 준수를 사찰을 통해 검증했는데도 미국은 위반했다는 증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핵합의를 탈퇴했다.
이후 미국은 2018년 8월과 11월 핵합의로 완화한 대이란 경제·금융제재를 완전히 복원하면서 이란에 핵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새로운 핵합의'에는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사찰·중단, 혁명수비대의 해외 활동과 지원 금지, 이란 핵프로그램 영구 폐기 등 이란이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이 담겼다.
핵합의에 서명한 유럽연합(EU)과 유럽 3개국(영·프·독)이 미국과 이란을 중재하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미국은 이란 최고지도자와 정규 군사조직인 혁명수비대, 중앙은행마저 테러를 지원한다면서 제재 대상에 올렸다.
이란은 지난해 5월부터 60일 간격으로 단계적으로 핵합의 이행 수준을 감축하면서 유럽에 핵합의 이행을 압박했는데 공교롭게도 5일이 5단계 감축 조처를 발표하는 날이었다.
이란 정부는 5일 핵합의에서 정한 핵프로그램 제한 조항을 더는 지키지 않겠다면서 우라늄을 원하는 만큼, 필요한 농도까지 농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예고된 일정이긴 하지만 공교롭게 시기상 최근 일촉즉발의 중동 정세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이로써 이란은 사실상 핵합의를 탈퇴하고 핵프로그램을 제한없이 추진하게 됐다.
이란은 최고지도자의 종교적 칙령(파트와)으로 금지한 핵무기를 보유할 계획이 없다고 누누이 밝혔지만 우라늄 농축 능력이 핵무기 제조의 핵심인 만큼 이란이 핵무기 완성을 향해 나아간다는 서방의 의혹을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핵합의가 결국 좌초하면 서방과 이란의 핵협상이 타결된 2015년 7월 이전 핵위기가 상존하는 상황으로 완전히 회귀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