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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항의‘, 할말 하는 MZ세대 보여줘

대기업 성과급을 둘러싼 내부 논란을 두고 공정성과 실리를 중시하는 MZ세대(1980년대 후반~2000년대에 태어난 세대)의 특성이 주목받고 있다.

회사를 '평생 직장'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에 실리나 원칙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면 참지 않고 명확하게 불만을 표시한다는 것이다. 또한 사내 게시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직장인 커뮤니티 등이 직장인들이 의견을 표시하는 채널이 다양해지고 외부로 빠르게 전파되며 관심도를 키웠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은 물론 전 산업계도 성과급 논란이 번지고 있다.

시작은 SK하이닉스였다. SK하이닉스는 실적 초과에 대한 성과급인 2020년분 초과이익배분금(PS)을 연봉의 20%(기본급의 400%)로 지급한다고 지난달 말 공지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비대면 수요 증가로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84% 증가한 5조원을 달성하는 등 실적이 매우 좋았는데, PS 액수가 실적이 부진했던 전년에 수령한 특별 기여금과 같은 수준에 그치자 문제가 됐다.

직원들은 성과급 산정 지표로 삼는 'EVA'(Economic Value Added·경제적 부가가치)'를 공개하라고 요구했으나 사측은 영업 기밀에 해당해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경쟁사로 집단 이직 움직임이 일어나는 등 동요가 심각해지자 SK하이닉스 사측은 물러섰다.

SK하이닉스는 지난 4일 노사 협의를 통해 EVA를 폐지하고 성과급을 영업이익과 연동하기로 했다. 또한 우리사주를 발행해 기본급 200%에 해당하는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고, 사내 복지포인트 300만 포인트를 지급하기로 노사가 합의했다.

SK하이닉스는 1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M16' 준공식을 했다 반도체 D램 EUV D램
SK하이닉스 제공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담당 DS부문은 연봉의 47%, 스마트폰 담당 IM 부문은 50%, 소비자 가전(CE) 부문에 속한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50%, 생활가전사업부는 37% 등으로 성과급을 지급한다고 최근 공지했다.

그러자 지난해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올려 전사 실적을 이끈 DS 부문 직원들은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가전 부문 직원들도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냈는데 차별받고 있다는 불만을 보인다.

삼성전자 계열사들도 마찬가지다. 삼성디스플레이의 OPI 지급률이 12%로 책정되자 삼성전자의 TV 담당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지급률 50%)와 비교돼 너무 적다는 불만이 나왔다.

삼성전자 근로자들이 경기 화성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에서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사진 : 삼성전자

LG그룹에서는 LG화학에서 최근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의 불만이 크다고 한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은 기본급의 최대 400%, 생명과학 부문은 300%, 전지 사업 담당 LG에너지솔루션은 200%대 성과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이 배터리 부문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것에 비해 보상이 타 사업 부문에 비해 적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019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연간 적자를 보며 성과급을 지급하지 못했다. 대신 지난해 3·4분기에 연속 흑자를 거두고 적자 폭을 줄인 데 대한 포상 차원에서 고정급의 50% 수준으로 격려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LG전자는 이달 중 지난해분 성과급을 결정해 공지할 예정이다. 직원들은 다른 기업이나 사업 부문끼리 비교하며 성과급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어 LG전자도 비슷한 갈등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LG전자는 전년에는 가전 부문 중 가정용 에어컨 담당 조직에 기본급의 최대 500%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적자에 시달리는 휴대전화 사업 부문 직원들에게는 성과급 없이 격려금 100만원을 줬다.

여의도 LG 사옥
서울=연합뉴스

기업들은 회사의 투자 계획 등 중요 경영 기밀과 맞물린 성과급 정보가 공개되는 것에 대해 부담을 토로하지만 올해 논란을 계기로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단순히 액수뿐만 아니라 보상 체계와 기준, 투명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커지고 있다"고 섦명했다.

반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의 박탈감을 키운다는 논란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성과급 논란이 일부 대기업 직원들에만 해당하는 '그들만의 리그'라고 비판한다.